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Jun 23. 2016

연재소설 : 알레그로 콘브리오(2화)

부제 : 병아리 변호사의 우아한 하이킥

알레그로 콘브리오는 '빠르게, 그리고 생기있게'라는 악상기호(樂想記號)입니다. 기업 법률컨텐츠 전문기업인 (주)머스트노우의 신입 변호사인 릴로(필명)씨가 법지식을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 형태로 연재합니다. 

신참 병아리 변호사(정재인)가 좌충우돌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씩씩한 신참 변호사의 모습을 알레그로 콘브리오에 비유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에피소드 1 : 이대론 못나가!


지난 회 보기 : https://brunch.co.kr/@brunchflgu/977


제2화


“음…그러니까 얼마나 곱창집을 하고 싶으신 거냐고요.”

“계속 하고 싶지 않겠어요?” 곱창집 사장 얼굴에 ‘얘 뭐하니’ 쓰여 있었다.


나는 얼마 전에 상가임대차 갱신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5년까지였던 기억을 더듬었다. 지금 2년 정도 했다지?

“이번 계약기간 끝나고도 3년 정도 더 하실 수 있으면 어떠시겠어요? 그니까 제 말은 지금 나가시는 거랑 3년 후 나가시는 거랑 어느 쪽…”

“그거야, 당연히 더 하는 게 좋지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 인상을 찌푸리는 최사장.


“재인아,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하루가 물었다.


“응… 5년까지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핸드폰으로 조문을 검색해보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지.” 하루가 피식 웃었다.


곱창집 사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야…저 정신 사나운 음악 좀 꺼봐. 5년까지는 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늘리게 되면 월세 더 달라는 거에 끌려가는 거 아닌가? 예전에도 월세가 감당이 안돼서 옮긴 건데.”

맞다, 그래서 저 사장 무슨 ‘사장님의 눈물’인가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것 같다.


내가 말을 이었다.

“그니까 일단, 아까 대항력 있다고 했잖아요.”

“그 대항력이 정확히 뭐라고요?”

“음…” 말이 자꾸 끊긴다.


“얘가 돌아가는 게 좀 느려서 대답 기다리다 복장 터져요. 사업자등록해서 건물 주인 바뀌어도 나갈 필요 없다는 거 그걸 ‘대항력’있다고 괜히 저렇게 말하는 거예요.”

하루가 끼어들었다. 역시 녹슬지 않은 실력이군.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네, 사장님은 지금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 법에 임차인이 거기서 장사 더 하려고 연장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거절 못한다고 정해놓았어요. 차임을 세 번 연체했다든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사장님이 월세만 잘 내셨다면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빨리 내용증명으로 갱신 요구를 하세요. 내용증명 보낼 줄 아시죠?”


“복잡한 거 싫은데… 그거 법무사한테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곱창집 사장이 말한다.

지금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게 복잡하다고 하는 거야.

“그것도 복잡하면 가게 옮기셔야 해요. 갱신청구를 굳이 법무사한테 맡겨서 할 필요는 없어요. 직접 갱신요구서 작성한 다음 우체국 가서 내용증명 보낸다고 하면 돼요. 배달증명도 같이 하세요. 그건 그렇고 계약기간이 얼마나 남으셨어요? 아까 한 달이라고 하셨어요?”



“형님 계약서 없으세요?”

“가게에 있을텐데…그걸 어디다가 뒀나. 가게 전화해서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할게”


“5분 거리인데 직접 다녀오세요.”

우당탕탕. 저 발소리. 맘이 급하긴 했나 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받으면 3년은 더 할 수 있을 테니… 이렇게 써먹게 되네.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형님 와서 둘이서 얘기도 못했네. 일은 어때.”

“하루는 괜찮았다 하루는 힘들었다 그래”

“라임이냐. 대표변호사는 요즘도 노래 부르냐. 그 아저씨는 노래하면 안될 것 같던데.”

“더 심해짐.”

“너도 같이 해라. 예쁨 받게.”

“예쁨 받기는 글렀어. 내가 좀…”

“그렇지. 좀 하자가 많지.”

“너만 하겠니, 이 사회부적응자. 근데 그 아재 계약서 하나 찾기를 뭐 이리 오래 걸려? 그 사람만 보면 참 정신 없어. 너도 계약서 잘 보관해 둬. 아무데나 두지 말고.”

“누가 누구한테 진짜 어이가 없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나의 ‘잃어버림’과 ‘무신경함’의 역사를 너무 잘 안다. 그 앞에서는 철두철미한 척이 안 된다. 나도 많이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처럼 봐줘서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못 알아봐주는 변한 나, 그게 따뜻한 기분이 감돌 때가 있다.



“형님 오셨다.”


“헉, 헉. 아가씨, 아니  재인씨? 이거 계약서 보니까 한달 좀 더 남았네. 시간은 충분한 거 같은데. 근데 여기 보니까 ‘임차인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어. 이거 확인을 안 해 가지고. 꼬투리 잡힐 거 같은데.” 

“음…상관없을 거 같아요.”


“아 재인아 그거 강행규정이니?” 하루가 묻는다. 강행규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네.


“그것보다 빨리 보내셔야 해요. 시간이 충분하기는커녕 급해요. 갱신청구권은 계약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행사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보내세요. 그리고 아무리 계약으로 막아 놓아도 막을 수 없는 게 있어요. 그런 걸 괜히 ‘강행규정’이라고 부르는데요. 임차인이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 규정은 강행규정이에요. 그래서 계약에서 어떻게 정해도 그 강행규정이 먼저니까 상관없는 거예요.”




최사장의 표정이 밝아진다.

“오호, 임대료는 그대로 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 말은 누가 못해.”

참 얄밉게도 말한다.


“음… 그러니까 갱신청구를 하잖아요. 그럼 원래 조건대로 연장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일단은 모든 조건이 그대로 기간만 연장되겠죠. 근데 올릴 수 있다고요. 올릴 수 있는데, 한도가 있어요. 9%가 한도예요.”


“아, 그래요? 그럼 충분히 해볼 만 하지.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영업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게까지 인정되면 건물주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처음 임차한 기간 포함해서 총 5년간 만이에요. 그래서 제가 3년만 더 해도 되냐고 물어본 게, 3년 후에는 갱신청구권 행사 못하게 될 거예요. 그 때는 곱창집을 옮겨야 할 수도 있고, 임대료가 확 오를 수도 있죠. 근데 한가지,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이 자꾸 문제가 되면서 5년으로 되어있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린다는 법안이 상정되었대요.”


“아까부터 그 젠트리.. 그게 뭐라고요?”


“임대료가 저렴한 장소가 인기를 얻게되서 사람들이 늘어나면 임대료가 엄청 치솟고, 원래 있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걸 말하는 거예요. 카페거리들이 많이 그렇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데 찾아서 자리 잡으면 또 쫓겨나고 또 쫓겨나는 모양이 되는 거죠. 그게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 지금 5년으로 보장된 기간이 10년이 되고, 그 때 그 법을 적용 받을 수 있게 되면 또 모르죠. 곱창집 계속 하실지. 입법되는 거랑 시행되는 거 잘 체크해보세요."


“쓸데 없이 가방끈만 긴 줄 알았더니 쓸모가 있네. 그런 거 변호사님이 좀 체크하고 잘 좀 알려줘요. 암튼 난 이대로 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루가 변호사 여자친구 둬서 내가 덕을 보네. 어떻게 갚아야 하나.”

하루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이 정도는 저희 락카페 단골 고객님께 기본이죠. 돈 많이 벌어서 그 건물 형님이 사버리세요.”

“푸하하 그럼 되네. 오늘 큰 덕 보고 갑니다. 하하” 


잘 마무리 되어야 할 텐데… 이대로 잘 마무리 될 확률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더 돌아보고 돌아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결책이 떠오르면 마냥 기뻤다. 근데 해결의 실마리인 줄 알았던 데에서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문제가 터졌고 내가 생각지 못했던 실수가 발견되었다. 어떤 일에 ‘끝’이라는 게 있을까 싶은 마음이 커져간다.

요만한 가능성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넘어 집착)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덕인지 성격파탄인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알겠지!


To Be Continued...


다음회보기  https://brunch.co.kr/@brunchflgu/984


매거진의 이전글 연재소설 : 알레그로 콘브리오(1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