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단오 부채 쓰기를 끝내며...

by 김준식

어린 시절, 집에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았고, 심지어 어떤 때는 선친이 기동도 못하시면서도 단오가 가까워져 오면 나에게 먹을 갈게 하고, 그 구불구불한 扇面에 글을 쓰시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며 못내 불만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린 부채를 이 집 저 집에 가져다주는 것도 내 몫이었다. 더욱 내 마음에 걸린 것은 선친의 이런 말씀이었다.


“너는 글씨 쓰는 재주도 그림 그리는 재주도 없으니 함부로 붓을 잡지 마라!”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니 아예 가까이하지 말아라!”


하여 나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글씨를 배운 적은 더더욱 없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우연하게 담임 선생님께서 무조건 오라 하여 무슨 붓글씨 쓰기 대회에 갔었는데 정확하게 몇 등인지는 모르나 상장을 받아 집에 가져갔더니 선친은 칭찬은 고사하고 일거에 그 상장을 찢으시면서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신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나는 정말 이런 일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40대가 되면서 선친의 가르침은 다 잊고……, 단오가 되면 하릴없이 스스로를 위해 부채를 만들었다. 간혹 아내에게만 하나 더 만들어주기도 했다. 학교에 가서 부채를 사용하니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도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40대 중반부터 하나 둘, 다른 이에게 부채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친의 그 일이 세월이 흐른 뒤 나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신축년 부채는 글만 있다. 글뿐인 심심한 부채 쓰기를 끝내면서 다가오는 임인년 부채를 구상해본다. 다시 그림을 넣어야 하나……? 한 일 년 고민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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