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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8. 2022

장자, 불교 이야기

장자(莊子)가 생각하는 이상적(理想的)인 삶은 자연(自然)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곧 도(道)를 체득(體得)하는 체도(体道)의 삶인 것이다. 그는 체도를 통해서 정신의 자유해방을 얻음과 동시에 예술 정신과도 일치시키려 했다. 다시 말해서 장자는 직접적으로 미(美)의 추구를 목표로 하지 않고 인생의 자유해방 추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를 실현하려 했다. 


장자 사상의 중심은 무위자연, 즉 무이다. 그 무를 통해 도에 다다른 인간들은 끝없이 넓은 우주 공간과 무한의 과거에서 시작되어 무한한 미래로 흘러가는 유구한 시간을 응시하면서 지대한 세계에 자신을 놓고 볼 때, 인간은 스스로 조그맣고 초라한 꼴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무한한 공간과 시간, 아니 인간의 말을 가지고는 “무한하다”를 규정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지극히 거대한 세계 속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남보다 나아 보이기 위해 남을 이기고 자신이 승리하고자 한다. 이겨야 만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적인 열등감, 자신 속의 공허, 그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증명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의 길은 밖으로 나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고 또 다른 길은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어느 누구도 아님을 깨닫는 길이다. 


자신의 밖으로 나간다면 어쩌면 자신이 어느 누구라는 것도 증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증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인지를 남에게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고,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부족하지 않은 채 하며 나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잘못하지 않은 채 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길은 다르다. 자신의 내면으로 움직여 감으로서 어느 누구와도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 공허를 채우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깨닫고 그것과 하나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승리도 마찬가지이다. 무언가를 얻고 싸워 이기기 위해 나아가서는 결코 승리를 얻을 수 없다. 순간순간에 자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삶과 죽음에 초연한 것처럼, (어쩌면 완전히 그렇게 되어) 행동함으로써 남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그 자체에서만 만족을 얻고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때 그것이 승리가 되는 것이다. 


장자는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 안에 남아 우리에게 말을 한다. 집착으로부터 해탈하고 중간에 머무르라고,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모든 것은 극단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극단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을 누르고 중용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빈 배처럼, 떠다니는 흰 구름처럼.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얽매이지도 않는 흰 구름, 자유로운 삶의 흰 구름, 장자는 바로 그 흰 구름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자칫 이상주의 또는 幻影주의로 흐를 수 있다.)


이것은 불교의 사상과 맞아떨어지는데 여기서 격의 불교가 등장한다. 


격의 불교란 불교가 처음 중국에 전래됐을 당시 중국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은 불교교리가 많았다.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유교나 도교 등 중국 고유의 사상으로부터 유사한 개념이나 용어를 차용해 설명한 편법을 가리켜 격의(格義)라 했다. 이렇게 기존의 자국 문화와 언어를 빌려 이질적인 문화를 방편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격의라 했는데, 불교 도입 초기인 위진시대(魏晋時代, 220-420)에 나타났던 불교교리의 이해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는 불교교의의 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을 가져와서 5호 16국 시대에 이르러 구마라습(鳩摩羅什, 344~413)과 그의 제자 승조(僧肇, 384~414)에 의해 극복돼 나갔다. 특히 승조는 ‘부진공론(不眞空論)’ 과 조론(肇論) 등을 통해 격의 불교의 폐해를 지적하고 수정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표적인 격의 불교 용어로는 무위진인(임제 의현이 쓴 말로서 어떤 틀에도 구속되지 않고 모든 범주를 초월한 자유인, 해탈을 이룬 사람, 깨달음을 얻은 사람, 도교적 뉘앙스가 크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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