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구름 두터운, 춥지 않은 아침

by 김준식

暗雲肥而不寒朝 어둔 구름 두터운 춥지 않은 아침


霼冥一光飛 (희명일광비) 어둑한 하늘, 빛 한줄기 날더니,

甚赤橫天空 (심적횡천공) 짙은 붉음이 천공을 가로지르네.

履影踐虛名 (이영천허명) 그림자를 밟고 허명도 밟고,

白馬過隙孔*(백마과극공) 백마는 빈틈을 지나가나니.


2022년 11월 24일. 아침 일출은 언제나 깊은 영감을 준다. 아침밥을 한 술 입에 떠 넣고 창 밖을 보니 이런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아마도 10~15초) 동안 지속되는 빛의 조화이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광막한 우주에서 지금 이 순간의 저 붉은빛은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일 것이 분명하다. 이 우주에서 다시는 저 색감으로 저 모양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온 몸으로 감동한다. 매일, 매 순간의 삶이 진지해지는 이유다.


입에 머금은 밥이 침에 분해되어 달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이런 생각에 빠졌고 그것을 더듬어 글로 옮겨본다.


* 백마는 동양의 정신문화에서 삶을 객체화시킨 몇 가지 대상물 중 하나이다. 흰 말이라는 의미보다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어떤 존재에 대한 의미가 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