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an 28. 2023

만남

만남


『장자』 ‘천운’에는 '공자'와 '노자(노담)'의 만남이 세 번 있다. 당연히 모두 사실이 아니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이 편에 나오는 '공자'와 '노자'의 만남은 중국을 대표하는 두 개의 거대한 흐름의 대표자가 만난 것인데 『장자』에서 '노자'를 '공자'의 스승쯤으로 묘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그 누군가가 더 우위에 있고 누군가는 더 열위에 있다는 것을 가리는 순간 그 만남은 의미를 잃고 오히려 만나지 못한 것보다 못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아마 그 어떤 시대보다 그 어떤 상황보다 더 빨리 상대를 파악하고 계산하고 따져서 이익형량을 계산하고 그 계산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시대가 되었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므로 실천 명령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 너는 너 자신의 인격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 있어서 인간성을 언제나 목적으로 간주하여야 하며,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Immanuel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윤리 형이상학의 정초, 1785) 


누군가와 누군가가 만나는 일은 어떤 시인의 말처럼(정현종, 방문객) 그 사람의 전부와 전부가 마주하는 일이다. 나이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 그리고 삶의 방식의 차이를 뚫고 서로를 확인하는 거대한 과정이 만남이다. 


오늘 오전엔 거창에 계시는 선생님을 만났다. 진주서 거창까지 제법 먼 길이다. 2년 전에 가서 여러 선생님들을 뵈었고 그때 막연히 방학이 되면 다시 가겠노라고 이야기했지만 번번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그런 무망한 약속을 한지 거의 2년 만에 다시 갔다. 쓸데없는 내 이야기만 하고 온 것 같아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일이다.   


오후에는 진주문고에서 열린 경남실천교사 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에도 늘 가겠다고 다짐해놓고 역시 그때마다 우선의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오늘 처음으로 참석했다. 실천교사모임 선생님들을 직접 보니 모두들 대단하신 선생님들이었고 이런 분들이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계시니 위기의 우리 교육이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하루, 이익형량이 최소화된 만남, 파악과 분석보다는 경계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만남으로 채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의 전화를 받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