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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18. 2024

Gettier problem

인식론을 위한 기초작업(12)

게티어 문제


앞선 글( https://brunch.co.kr/@brunchfzpe/1746) 중에 지식은 “참(True)이며 믿을 수 있고(Belief), 정당한(Justified)된 확인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정의했다. 간략히 말하면 “정당화(J)된 참된(T) 믿음(B)”이 지식이라고 정의된다. 정의된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수많은 문제(참, 믿음, 정당한, 확인절차 등)를 규명하여야 한다. 이 문제들은 다시 다양한 학문과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의는 게티어(Edmund Gettier, 1927~2021)라는 철학자의 3쪽짜리 논문(Is Justified True Belief Knowledge? - 정당화된 참인 믿음은 지식인가?)에 의해 위기를 맞이한다. 게티어 가 이 논문을 발표할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논문이다.  그 논문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 보자.


일단 ‘JTB’, 즉 “정당화(J)된 참된(T) 믿음(B)”이 지식이라고 가정하고 하나씩 짚어 보자. 


♥명제 P는 참이다. 이때 ‘참(True)’에 대한 정의는 철학의 또 다른 영역(진리론)이므로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명제 P를 믿는 것이 정당하다(Justified) 면 진리하고 가정한다. 

♥내가 그 명제 P를 믿는다.(Belief). ---- 이것이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먼저 정당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일단 ‘적합한 증거’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근본적으로는 ‘인식적 정당화(epistemic justification)’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 문제 역시 또 다른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내가 명제 P를 믿는데 적합한 증거가 있다’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 거짓인 명제에 대한 믿음도 정당화될 수 있다.


예시) 실제로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태양이 지구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은 것은 당시의 과학적 방법에 입각하여 성취된 완전한 과학이라고 한다면 그 믿음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정당하다. (인류 역사 수 천년 동안 유지되었던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학설)


♤ 만약 내가 명제 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되고, 명제 P가 Q를 포함(함축)하고 동시에 내가 명제 P로부터 Q를 도출할 수 있다면 Q를 믿는 것 역시 정당하다.


예시)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를 믿는 것이 정당하다면, 그 논리에 포섭될 수 있는 ‘호랑이는 죽는다’를 믿는 것도 정당하다.


위의 세 가지 조건(Justified, True, Belief)의 앞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든 줄임말이 이른바 지식의 ‘JTB 조건으로서, 앎은 이 JTB 조건과 필요충분조건의 관계에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게티어가 이런 JTB 조건은 만족하지만, 앎이 아닌 사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즉 JTB 조건의 진리집합을 A, 앎의 진리집합을 B라 하였을 때, A-B에 속하는 반례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논리적으로는 A와 B는 완전하게 일치하여야 한다.)


반례) 이미 고장 나 있었던 시계 읽기 예시(JTB 조건으로)로 해석해 보자.


♣ 내가 시계를 보니 9시 32분이었다.

 

 - 시계는 항상 참이다.(True)

 - 내가 그 시계를 보고 시간을 파악한 것은 정당하다.(Justified) – 적합한 증거

 - 그래서 9시 32분으로 믿었다.(Belief) – 지식


♧ 그런데……시계는 처음부터 고장 나 있었고 우연하게 내가 시계를 본 실제 시간도 9시 32분이었으며 고장 난 그 시계도 9시 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그 시계를 읽었고 나는 시계는 참이라고 판단하였기에 그 시간을 믿었다. 앎의 3가지 조건 중 맨 처음 조건인 시계가 참이라는 조건이 거짓이었다. 그래서 실제 시간이 9시 32분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시계를 읽고 믿은 것은 JTB 조건의 진리집합의 범위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명제(나의 객관적 주관적 의지와는 무관한)를 믿었으므로 앎의 진리집합 B와 일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많은 학자들은 다양한 조건을 추가하고자 하지만 조건을 추가하면 할수록 반례는 많아지게 되기 때문에 여전히 게티어 문제는 지식과 앎에 대한 혼돈지점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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