憂鬱(우울)
衷心倒懸天地間 (충심도현천지간) 천지간에 거꾸로 매달린 마음,
利害相摩由自名 (이해상마유자명) 이해의 부딪침이 분명하구나.
此燃彼冷以道盡 (차연피냉이도진) 불타고 얼어붙으니 도는 사라져,
甚憂兩陷無所免 (심우양함무소면) 걱정으로 무너지니 도망갈 곳 없구나.
2024년 2월 20일 오후. 하루 종일 흐리니 몹시 우울하다. 오후 내내 나의 우울을 본다. 나의 우울은 과연 어디로부터 오는가? 흐린 날씨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은 내 마음자리 탓이다. 내 마음속에 이쪽은 언제나 뜨겁게 불타고 있는데, 다른 한편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있다. 그 마음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을 구하지 못할 때, 나에게 느닷없이 우울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작 나는 내 마음속에서 편하게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마음으로부터 도망갈 방법도 없지 않은가!
『장자』 ‘외물’은 전체적으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한 우리 외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구속되는 우리의 내면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간수하기 어렵고 동시에 우리가 우리 마음의 주인이 아니어서 늘 황망한, 그리고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외물’은 『장자』 처음 이야기인 ‘소요유’와 자주 연결되는 이미지가 있다. 우울에 대한 이야기는 '외물' 첫 부분에 등장한다. 그 이야기를 용사 하다.
표지 사진은 2022년 동해 바다 파도다. 우울을 날릴 수 있는 저 파도가 문득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