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un 01. 2024

중학교 철학 교육을 위한 제언

중학교 철학 교육을 위한 제언(중학교 철학 제1권에 실린 제언을 제3권에 실을 목적으로 새롭게 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수업이 그러해야겠지만 철학 수업의 대 전제는 인간 본성의 위대함에 대한 무한 신뢰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아이들은 빛나는 영혼을 가졌지만 언제나 흔들리는 꽃들이다. 흔들릴 뿐만 아니라 그 빛나는 영혼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그 빛이 자주 가려지기도 한다. 스스로에 대한 탐구가 자신이 가진 영혼의 빛을 발견하는 방법 중 가장 최선인데, 지금 아이들이 받는 교육과 그 바탕이 되는 학교와 사회는 그 영롱한 빛을 찾게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그 빛을 찾으려는 노력을 위계적 질서와 성과 중심의 구조를 통해 방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학교 아이들에게 철학 교육을 해 보면서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동서고금의 어떤 어려운 철학적 의제라도 아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아이들의 심성 속에는 인간 본성의 위대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수업을 하는 교사의 능력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교사의 지속적인 공부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아이들이 가지는 인간 본성의 위대함에 대한 무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초하에 초등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철학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중학교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면서 사회의 태도와 가치를 습득해 나가는 중학생들에게 철학 공부나 수업은 진정한 자아를 확인하는, 빛나는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들 중 하나이다. 


2300년 전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De Anima'(영혼에 대하여, c. 350 BC.)에서 인간의 영혼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타불라 라사’라는 이야기를 처음 꺼낸다. ‘Tabula rasa’ 란 ‘clean slate(빈 석판)’이라는 뜻의 라틴어인데 여기에는 단순히 '비어있다'라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 중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페르시아의 철학자 ‘이븐 시나'(980년 ~ 1037년 영문 ‘Avicenna-아비센나’, 혹은 ‘푸르시나’로도 불린다.)였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많은 저작을 재해석하였고 특히 ‘De Anima'의 ‘타불라 라사’를 이렇게 재해석했다. “인간의 지성은 태어날 때부터 빈 석판과 비슷하여 교육과 개인이 알게 될 내용에 의해 작성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스토아학파의 주장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 쓰일 수 있는 빈 종이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라는 말의 재해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븐 시나’의 '타불라 라사'에 대한 해석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의 철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음에 분명하다.


철학 수업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그 빈 공간을 발견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상하게 하는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유력한 것이며, 동시에 빛나기는 하지만 흔들리는 자신의 영혼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는 방향과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중학교 철학』 제3권 ‘인식의 그림자’를 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학교 철학 3권을 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