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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15. 2024

존재와 시간(2)

In-der-Welt-sein(세계-내-존재)

Dasein(현존재)의 근본 구성 틀, In-der-Welt-sein(세계-내-존재)


하이데거에 따르면 ‘내-존재’에 대한 설명은 이러하다. 



방 안에 ‘책상’이 있다. 그것은 집 안에 ‘책상’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동네 안에 ‘책상’, 그리고 우주 안에 ‘책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안에’라는 단어를 이렇게 파악한다. 특정 공간 내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존재자(=책상)가 그 공간 안에서 그 존재자의 자리와 관련 지어 나타내는 존재관계이다. 이러한 존재자들은 세계 ‘내부에서’ 발견되는 사물들로서 모두 똑같이 단지 눈앞에 있음이라는 존재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하이데거는 ‘범주적(Kategorien)’이라고 불렀는데 부연한다면, '현존재'적이지 않은 존재론적 성격들이라고 분류하였다. ‘현존재(Dasein)’란 하이데거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일컫는 단어다. 이를테면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심을 가지는 유일한 존재자인 인간이 ‘현존재’인 것이다.



현존재를 좀 더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 하이데거는 In-der-Welt-sein(세계-내-존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내-존재(안에 있음)'는 단지 눈앞에 있음이라는 존재 양식과는 다르게 ‘현존재’의 존재구성들(요소)의 하나이며 실존 범주의 하나이다. 현존재의 존재 방식은 하나의 육체적 물건, 즉 인간 신체가 눈앞에 있는 존재자 ‘안에’ 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안에 있음은 눈앞에 있는 것들의 공간적인 ‘서로 안에 있음’을 뜻하지 않는데, 더구나 ‘안(in - 여기서는 독일어 in)’도 근원적으로 어떤 종류의 공간적인 연관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일어 ‘in'은 '거주하다, 체류하다'를 의미하는 ‘innan-‘에서 유래한다. 그 어근에서 ‘an’은 '나는 습관이 되었다', 혹은'~와 친숙하다', '나는 어떤 것을 보호한다'를 의미한다. 동시에 '나는 거주한다'와 '나는 사랑한다'는 의미까지 있기 때문에 '나는 돌봐준다'라는 의미까지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로 유추해 볼 때, ‘안에’ 있다는 것은 특정 공간에 귀속되어(관계 지어) 있는 그 존재자들이 아니라 그것 자체인 ‘존재자’라고 특정 지울 수 있다.



‘bin(나는 있다= 영어 am)’이라는 표현은 ‘bei(=곁에)’와 결부되어 있다. ‘ich bin(나는 있다=영어 I am)’은 다시금 '나는 거주한다', '나는~에 머문다', '이러저러한 친숙한 것으로서의 세계에 머문다'를 말한다. ‘ich bin’의 부정사不定詞형이 ‘Sein(존재)'이다. 다시 말해 실존범주로서 이해된 ‘Sein’은 '~에 거주하다', '~ 과 친숙하다'를 뜻한다. 따라서 ‘안에 있음’은 ‘세계-내-존재’라는 본질적인 구성 틀을 가지고 있는 ‘현존재’의 존재에 대한 형식적 실존론적 표현이다.



정리하자면 공간 안에서 각 존재자들과 관계로 그 존재를 나타내는 존재관계인 존재자들과는 달리 본질적이고 독자적으로(즉 존재관계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써) ‘현존재’의 존재에 대한 형식적 실존론적 표현이 바로 ‘세계-내-존재’라는 것이다. 『Sein und Zeit』, M. Heidegger, 이기상 역, 까치, 1998. 제2장 일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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