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은 구글 A.I가 그린 '한 물건'의 이미지... 수준이 좀 떨어지기는 한다.
1. 위危
체감 온도 43도, 2024년 9월 17일 추석 한 낮이다. 딸아이 배웅을 하고 오는데 참 뜨겁고 숨 막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날씨는 상수였다. 이렇다 할 큰 변화 없이 계절마다 일어나는 진폭을 예감하면서 지난 60여 년을 살아왔다. 수 천 년을 살아온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 상수였던 날씨가 이제 중요한 변수가 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어쩌면 남아 있는 내 삶을 날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를 위기감이 이즈음 날씨에서 느껴진다.
위기(crisis)라는 단어의 의미는 ‘질병의 전환점’ 또는 ‘회복이나 사망의 변화가 오는 시점’을 의미한다. 즉 선, 악이나 호, 불호 이전의 상황판단의 분기점이 본래 의미인데, 17세기에 이르러 ‘문이 닫히는 공포’(문이 닫힐 때 반대편에 서게 될까 두려워하는 심리)라는 의미로 독일어에서 사용하여 지금의 의미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자 危(위)는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병부(㔾절- 약속이나 신표, 또는 그 반쪽)를 들고 있음을 뜻하는 회의會意문자다. 이를테면 중요한 신표의 반쪽을 들고 절벽에 서 있는 사람이니 상황이 불리하여 언제라도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질 수 있는 매우 아슬아슬한 처지를 말함이요, 동시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기후에서 느끼는 위기와, 2024년 대한민국의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위기는 다른 모습이 아니었다.
2. 한 물건
서산대사 휴정선사께서 쓰신 선가귀감(禪家龜鑑, 명종 19년, 1564년 엮은 책을 1579년, 선조 12년 그의 제자 사명대사 유정이 발문을 쓰고 간행) 처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유일물어차(有一物於此) 종본이래(從本以來) 소소령령(昭昭靈靈) 부증생부증(不曾生不曾滅) 명부득상부득(名不得狀不得)
여기 ‘한 물건’이 있다. 근본에서 나온 것이므로, 매우 밝고 매우 신령스럽다. 더 나지도 않으니 없어지지도 않는다. 이름이나 모양도 없으니, 이름이나 모양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물건’은 선가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근본자리를 말한다. 즉, ‘한 물건’은 진여(眞如)이자 본성(本性)이다. 본성은 언제나 밝고 그 작용함이 항상 신령스럽다.
기온에 따른 우리 신체의 작용들은 참으로 신령스럽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온도의 상승에서 위기를 느끼기도 하고, 언제나 유지되는 생각하고, 자고, 깨고, 먹고, 싸는 모든 일상도 참으로 신령스러운 일이다.
나에게도 있을, 아니 분명히 있는 ‘한 물건’이 일으키는 사고 작용을 따라 날씨와 기온과 그리고 2024년 9월 17일 오후, 현재의 내 삶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