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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23. 2024

自嘲

自嘲


-문득 나의 책 중학교 철학 1,2,3을 생각하다. -


2022년 중학교 철학 1을 ‘교육과학사’에서 출판하게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시골 변방 중학교 아이들에게, 도대체 ‘철학’이 뭘까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 아래 시작했던 철학 수업의 내용을 묶은 원고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겠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023년 중학교 철학 2를 출간했고, 2024년 올해 다시 중학교 철학 3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모두 ‘교육과학사’의 큰 덕이다.


그런데 책을 펴낸 이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교육과학사’에서 책을 출판했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책이 팔려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정확한 사정은 알 길이 없으나 책 판매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서점의 판매 순위를 참고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한다. 


하기야 요즘처럼 엉망진창인 세상에 나 따위가 쓴 철학 책, 그것도 세상살이에 필요한 약간은 부드러운 철학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적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할 리 없고, 거기에 더해 책을 쓴 나의 사회적 위상과 유명세는 하나도 없으니 책이 잘 팔릴 수가 없을 것이다. 시골 변방의 중학교 교장이었던 자가 이제는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이 되어 철학 책을 펴 냈으니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제목이 ‘중학교 철학’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맞는 철학 이야기 몇 개를 적어 놓은 책이 아닌가 하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 


자주 이야기 하지만 ‘중학교’라는 단어는 매우 중의적인 표현이다. 중학교 표현은 그저 경계용이라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그 말도 오해가 많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제목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광범위하다. 


자조적으로 생각해 보면 유명하지 못한 내 탓이 제일 크다. 자본주의에서 필요한 핵심을 비껴간 나의 글 쓰기와 출판사의 중학교 철학 출판은, 먼 훗날 어쩌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혹은 상황파악을 무시한 어리석은 일로 남겨 질지도 모른다. 


그나마 중학교 철학 1과 2는 2쇄까지는 찍었으니 ... 중학교 철학 4를 쓰면서 세월을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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