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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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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19. 2024

부끄러움이 없다.

無恥


處處滿苟得*(처처만구득) 곳곳에 만구득이라,

目閉導慾行 (목폐도욕행) 눈 감고 욕망에 이끌리는구나.

旣去戒定慧 (기거계정혜) 이미 진실을 버렸으니,

晝月獨可哀 (주월독가애) 낮 달 홀로 애처롭다.


2024년 12월 19일 오전. 아침 낮 달을 보다. 그리고 세상을 생각하다. 12.3 국가 내란 사태에 대한 보도가 넘친다. 곳곳에 걸쳐진 馬脚을 보지만 아직은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썩은 밑동 뿌리가 우리의 예상을 넘는 깊이까지 뻗어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조선 500년 동안 단 한번도 완전히 판을 갈아 엎는 혁명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 지금도 그 국가 내란의 정범, 그리고 공범이나 종범들이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장자』 ‘도척’에 등장하는 ‘만구득’은 가상의 인물인데, 그 인물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풀이가 대충 이러하다. “욕망 그대로 이익을 따르는 존재” 현재 내란의 정범, 그리고 공범이나 종범들을 참으로 잘 표현한 말이다. 그들에게 ‘민족’이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나 ‘자유’ 역시 없다. 모든 것을 폐기하더라도 오직 자신과 무리의 욕망이 우선인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현재 ‘민주’라는 이름으로 ‘자유’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농락하고 있다. 동짓달 하현달이 아침에 떠 있으니 맑지만 희미하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어내고 있는 창백한 우리들 모습이다. 


* 만구득滿苟得: 『장자』 ‘도척’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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