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전교조 상경 집회 소회
근조.... 유명을 달리하신 제주도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교사의 생존권 보장이다. 여전히 희미한 법적 제도적 사회적 장치라니!!!
1.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교사가 된 지 1년 정도 되던 1988년 12월 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주비위원회籌備委員會 안의고등학교 분회를 결성했다. 7명의 선생님들이 뜻을 같이했다. 거창이나 함양에 계셨던 위대한 선배 교사들의 도움이 컸다. 이듬해 5월 28일 전교조 탄생을 위한 집회가 서울에서 열릴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경찰의 버스터미널 봉쇄로 비싼 택시를 대절하여 김천까지 가서 다시 서울 가는 기차를 탔지만 정작 우리에게 알려준 집회장소는 경찰의 사전 봉쇄를 염두 한 작전이었고 실제 창립선언은 다른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날 백골단을 피해 한양대학교 주변 동네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만 24시간 뒤에 방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후 불법에서 합법으로 다시 법 외 노조로 그리고 다시 정상을 되찾은 전교조가 드디어 36살의 청년이 되었다.
올 8월로 퇴직하는, 교사로서 마지막 집회에 참석하였다. 어제의 집회 참석은 내 교직 인생의 통렬한 반성이자 깊이 있는 통찰이었으며 동시에 2025년 현재의 내 모습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교육을 하고, 또 무엇을 위해 교육하는가를 깊이 자문해 보는 시간이었다. 비록 정치권력에 의해 탄압과 피해를 입은 전교조이지만 이제는 늠름하고 당당한 이 나라 민주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 역사는 현재 진행형으로서 크고 당당한 걸음을 유지할 것이다.
2. 일상의 모습
일요일! 어제 피곤했는지 몸이 무겁다. 하여 오늘은 어제와는 반대로 고요함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파트 밑에서 들리는 농기계 소리, 아이들 소리, 사람들 소리가 14층을 오르다 보니 많이 작아져서 문을 열지 않으면 진공처럼 조용하다.
고요하여 깊어진다. 나와 관계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 본다. 나로부터 이루어지는 것과 나에게로 향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짚어보고 그것들의 강도를 가늠해 본다. 그 강도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나의 의지는 나의 욕망이다. 그것들을 지긋하게 관찰한다.
“Wovon man nicht sprechen kann, darüber muß man schweigen.”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여야 한다.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논리 철학 논고, 비트겐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