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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김준식

고백


1. 서운함


나이 탓도 있고 정년이 눈앞에 다가온 탓도 있으리라. 요즘 학교 생활에서 자주 서운함을 느낀다. 스스로도 놀라는 이 서운함의 본질은 놀랍게도 온전히 나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내 주위의 있는 사람들은 어제나 오늘이나 그리고 내일이나 큰 변화가 없다. 나의 심경에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나의 집착일 것이다.


부처님 제자 중 논의 제일이라는 마하 가전연(迦旃延, 산스크리트어 깟짜나, Kātyāyana) 존자의 설법(부처님 게송을 해설한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것을 그것이 있는 곳에서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해라. 흔들림 없이, 동요하는 일 없이 잘 살펴서 실천해라. 오로지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라.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올지 그 누가 알겠는가. 실로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와 같이 잘 알아서, 마음을 다해 밤낮으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실천하는 자, 이를 일야현자(一夜賢者 - 밤사이에 현명해진 사람)라고 한다.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 현재에 충실히 살고 있을 때 얼굴은 생기에 넘쳐 맑아진다. 오지 않은 것을 탐내어 구하고 지나간 과거사를 슬퍼할 때 사람은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

(출전: 중부경전中部經典=Majjhima-nikaya 맛지마 니까야의 제131경 일야현선경一夜賢善經, Bhaddekaratta-sutta)”


나의 서운함은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서운함으로 괴로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변한 것도 또 변할 것도 없다. 지나간 일과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걱정하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의 일이란!


2. 출판기념회


어제, 멀리 경북 영주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과 가족을 물어보았다. 이 친구는 아주 드물게 내가 아주 어린 시절 같이 자란 합천 친구다. 경북으로 대학을 가서 거기서 교사가 되었고 올해 2월 초등 교장으로 정년 퇴임을 했다. 퇴임 1년 전에 교육 관련 수필을 묶어 책을 냈지만 애당초 판매할 생각이 없이 퇴직 기념으로 책 한 권을 가지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는 책을 사지는 않았고 기념회를 한다 해서 봉투를 보낸 기억이 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느냐며 묻는다. 학교에서 가만히 있더냐? 너는 사회생활을 어찌했길래 지인들이 기념회도 …… 농담 반 진담 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나의 책이 나왔다고 축하해 주는 동료 교사가 사실 몇 사람 없기는 하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올해는 매우 조용하다. 지난해, 중학교 철학 3이 출간되었을 때는 동 학년 부장 선생의 주선으로 간단한 기념회를 가진 기억이 있다. 올해 4권은 출간된 것은 알지만 동료들은 아무 반응이 없다. 집착을 버려야 한다.


7월엔 진주, 거창, 김해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이번 중학교 철학 4가 쉽게 읽힐지는 미지수다. 그냥 책 소개 정도이며 읽기를 바라는 정도일 것이다.


그나저나 차승민 선생이 쓰신 서평은 분에 넘치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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