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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를 돌아보다.

by 김준식

정년 퇴직일(2025년 8월 30일)을 앞두고 내가 글을 올리는 BRUNCH를 돌아보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린 것이 2016년 10월 7일이니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올린 글이 2127편인데, 수치상으로 일 년에 200편 이상의 글을 올린 셈이다. 아마 매일 글을 쓰는 편이라 쓰지 않는 날이 좀 특별한 날이다. 이제 600명 이상이 내 글을 구독하며 이미 46만 명이 내 글을 스쳐지나갔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신중하게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은 부문별로 약 30개의 매거진이 있는데 가장 많은 글이 올려져 있는 매거진은 ‘위대한 일상에 대하여’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일상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 교육 매거진, 장자, 노자도덕경, 그리고 해마다 이름을 달리하는 한시 매거진이 있다. 올해 한시 매거진 이름은 지락至樂이다. 해마다 6~70편의 엉터리 뒤죽박죽 한시를 지어 인쇄를 하는데 올해도 52편의 한시가 만들어졌다. 그 외에도 ‘미학’ 관련 글쓰기와 나의 책과 관련 있는 ‘철학’ 글쓰기, 그리고 아직은 논문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연구 관련 자료들이 주요 내용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부를 보는 것이다. 중용에 이런 구절이 있다. 獨立不慙影 獨寢不愧衾(독립불참영 독침불괴금) ‘신독(愼獨)’을 풀이한 말이다. 이를테면 홀로 있을 때, 자기 그림자에게도 부끄러움이 없고, 홀로 잠들 때, 자기가 덮는 이불에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바로 신독이라는 것이다. 중용이란 모든 것의 가운데라는 뜻이 아니다.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의 본질 이전의 단계, 즉 만물이 가진 본래 고요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중용의 자세란 치우침이 없는 본질적 평형상태를 말하고 그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과정, 혹은 결과가 신독이라는 것이다.


그 신독의 또 다른 태도가 글쓰기일 것이다. 나에게 엄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내 글쓰기의 핵심이다. 그런 마음으로 교직 생활을 했고 드디어 8월 30일로 종언終焉에 이른다.


9월 1일부터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태산보다 무겁게, 또 때론 깃털보다 가볍게 지낼 예정이다.


어제 쓴 글에서 밝힌 오늘 만난 교장 선생님은 너무나 잘 지내고 계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 건강과 평화가 깃든 모습, 그러면서도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시는 60대 중반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어른의 모습일 것이다. 함부로 예단하지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고 평화롭지만 가볍지는 않다. 많은 독서와 성찰이 가져다준 결과일 것이다. 그런 어른을 만나 참 기쁘고 의지가 되었다. 스스로 감히 그런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것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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