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시집 지락의 서문
하늘아래 ‘지극한 즐거움’이 있을까?
정년퇴직을 하면서 한 동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더불어,
이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머물며, 무엇에 나아가고, 무엇을 떠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는가? (지락)라는 질문과 그 연결 질문으로 9월 한 달을 보냈다. 앞으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빌지만 정작 현실은 답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삶의 방향이나 관점 그리고 시점視点은 극도로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다. 이 문제는 내 일상의 호흡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그런 문제는 잠시 접어두자.
다만 내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1년 동안 ‘지락’이라는 이름아래 생각했던 것들만 돌이켜 본다. 내 삶의 반이 넘는 기간을 보낸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면서 나는 처음에 즐거움을 생각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즐거움이래야 제한이나 경계가 사라지는 정도였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 역시 일생동안 언제나 이 경계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잘 지켰고 심지어 때로 새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랬던 내가 퇴직을 한다고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 지극한 경지를 꿈꾼다는 것, 슬프지만 그것은 사실 인지부조화에 가깝다.
그 복잡 미묘한 마음을 글로 옮기면서 나의 감정은 다시 글 속에서 굴절되고 때로 회절 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적확的確한 심상일 것이다. 하여 때때로 나는 나의 글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또 용기를 얻기도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내가 글을 쓰는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는 지난 10여 년에 비해 지은 글의 편수가 조금 적다. 아마도 갈등 국면이 많기도 하고 또는 게을러졌을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지적인 능력이 줄었거나 독서가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편 한 편에 나의 온 마음을 다 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아직 10월 한 달이 남았으니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올해는 출력 부수를 조금 줄이리라 마음먹는다. 이유야 많지만 결정적으로 내 한시집의 한계 효용이 ‘0’에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미 ‘0‘인지도 모른다. 거의 무용하다. 하지만 그 무용이야말로 ‘지락’의 본질과 연결되니 거시적으로 ‘지락’에 이르는 과정을 겪어내고 있음이다.
2025년 9월 29일 아침나절 塵芥軒(진개헌-티끌로 지은 집이라는 의미)에서 중범 김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