斗垠文香(두은문향) (2025)
去節奇寂寞 (거절기적막) 지난 계절 적막하여도,
獨擔藏猛氣*(독담장맹기) 홀로 천지를 감추었네.
邁問於茶味 (매문어다미) 건듯 차 맛을 물으니,
風之味蟾津 (풍지미섬진) 섬진강 바람 맛이라!
2025년 10월 21일. 매년 차를 받으니 감사하다는 말조차 너무 궁핍하다. 하지만 다 먹으면 한 번 더 채워 주기까지 하시니 참으로 은혜롭다.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께서는 해마다 스스로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어 깊이 발효시키고 10월이 넘어 개봉하여 그 차를 여러 분들께 나누고 계신다. 하지만 나는 드릴 것이 없으니 늘 조잡한 글로 감사한 마음을 기억할 뿐이다. 오늘, 여러 분들이 모여 올해 차 맛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 맛에 거의 문외한인 나의 견해로도 최근 몇 년 차 중에 제일이라고 이야기하니, 대표께서 문득 그 맛을 “섬진강 바람 맛!”이라 하신다. 그야말로 절창이다. ‘바람 맛’이라니! 작게 적어 놓았다가 밤이 되어 그 말에 기대어 조잡한 글을 만들었다.
차를 만드시는 과정을 통해 도를 이루신 듯한데 차 맛을 ‘바람 맛’이라고 무심히 툭 던지는 것은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어려운 이야기다.
봄 햇살에 찻잎을 따서 비비고 덖어 차를 만든 뒤 고운 햇살에 말려 다시 단지에 넣어 깊은 어둠 속에 찻잎을 두고, 시간이 되면 꺼내서 찻잎에 있는 잡티를 찬찬히 골라내고 일도 일각의 장인이 새긴 ‘두은문향’ 낙관을 찍은 봉투에 정성으로 꼭꼭 담아서 나눔을 하니, 이는 지난봄 섬진강의 바람과 물빛이다. 말도 글도 몸짓도 필요 없는 완벽한 자연과의 大通이다.
고마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잡문으로 마음을 나타내니 이는 小通이라 할 만하다.
* 여기서 ‘맹기’는 천지의 기운을 말한다. 藏(장)의 뜻은 ‘저장하다’이니 찻잎을 깊이 저장하여 발효하다는 의미로 썼다. 『장자』 덕충부에 이미지를 용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