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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13. 2017

질투

카바넬의 그림

Mortde Francesca de Rimini et de paolo Maletesta, 1870. oil on canvas, 184 × 255 cm. Musée d'Orsay

프란체스카 데 리미니와 파올로 말레 테스타의 죽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가들 중 대부분은 살아있을 당시 그의 예술성을 평가받지 못하고 죽은 뒤에야 비로소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뛰어난 천재 음악가도 또, 천재 화가도 죽은 뒤에야 그의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을 우리는 빈번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 1823 ~ 1889)은 살아 있는 동안 화가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를 다 누렸는데 40대 중반에 에콜 드 보자르(École desBeaux-Arts ; 국립 미술학교 일반적으로 아카데미라고 부름)의 원장이 되어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세 번의 레종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을 받는다. 따라서 카바넬은 고전적 전통을 유지하고 다비드와 앵그르의 완벽함을 전통으로 삼는 역사 화파의 전통을 숭상했고 그의 작품 또한 이러한 전통을 유지 계승하고 또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 그림(Mort de Francesca de Rimini et depaolo Maletesta 1870 ; 프란체스카 데 리미니와 파올로 말레 테스타의 죽음)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이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은 수많은 문인, 화가, 음악가들의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미술에서는 프랑스의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Ingres)와 로댕(Francois Auguste Rene Rodin) 독일의 셰퍼(Wilhelm Schäfer)등이 이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으며 음악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 Francesca de Rimini Symphonic Fantasy after Dante Op.32(환상적 교향시 프란체스카 리미니)가 유명하다. 문학에서도 여러 명의 작가들이 이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가장 먼저는 단테(Dante Alighieri)의 ‘신곡(Commedia)’이다. 신곡은 세 편으로 나뉘는데 그중 지옥(The Hell) 편 제5부에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왜 이 이야기가 지옥편에 등장하는가? 그것은 바로 '질투'라는 죄악이 개입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와 '말라테스타', 즉 그림에서 주검으로 누워있는 둘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이탈리아 라베나의 영주인 '귀도 다 폴렌타'의 딸 '프란체스카'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유한 귀족 '잔치 오토 말레 테스타'와 정략결혼을 한다. 결혼 후 '프란체스카'는 리미니(이탈리아의 지명)의 '프란체스카(Francesca de Rimini)'라는 이름을 얻는다. 남편 '잔치 오토'는 나이도 많고 심지어 절름발이였다. 당연히 젊고 예쁜 프란체스카의 모든 행동은 남편에게 질투의 대상이 된다. 운명의 장난일까? 남편의 동생 '파올로 말라테스타(Paolo Malatesta)'는 절세의 미남이다. 그러니 그 뒤의 일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이 출타할 때마다 시동생 '파올로'와 정열적인 밀회를 탐닉한다. 이해심 많고 모든 이에게 존경받고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로 다른 사람을 대하며 거기에 절세의 미남인 시동생 '파올로'와 젊고 아름다운 형수 '프란체스카'의 만남과 사랑은 비극의 시작이자 파멸의 서주였던 것이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둘의 만남을 눈치챈 남편 '잔치 오토'는 어느 날 출타를 가장하여 성을 빠져나갔다가 몰래 다시 성으로 들어온다. 사랑에 눈이 먼 두 사람의 밀회를 목격한 남편 '잔치 오토'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 바로 그 장면, 두 명의 주검(프란체스카와 파올로 말라테스타)이 널브러져 있고 그 뒤 어둠의 장막 사이로 보이는 번쩍이는 칼을 든 '잔치 오토'의 모습을 '카바넬'은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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