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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20. 2016

고대 로마의 흔적, 우아한 석조 예술(피렌체) 1

두오모, 그 찬란함에 대하여

두오모의  장미창

1.    피렌체 두오모(Duomo)


이탈리아어 두오모(Duomo)는 기본적으로는 영어의 돔(dome)이라는 단어와 그 뜻이 같다. 즉 반구형 지붕 모양이 있는 건축물이다. 라틴어(語) 의도 무스(DOMUS)가 어원(語源)이다. 하지만 영어권에서 돔은 단지 반구형의 둥근 지붕, 둥근 천장 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란 독일에서의 돔(Dom)과 마찬가지로 대성당(大聖堂:cathédrale)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주교 이상의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큰 규모의 성당을 지칭한다. 또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 집회 장소가 아니라 그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여 큰 광장, 그리고 상업지역 등이 연계되어 도시의 심장부의 역할을 담당한 곳을 두오모라고 부른다.


피렌체의 두오모가 그 대표적인 건물인데 피렌체라는 도시가 이 두오모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까지 받게 될 만큼 피렌체는 바로 이 두오모의 도시였다. 하늘에서 비행기로 내릴 때부터 보였던 두오모의 짙으면서 동시에 환한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은 도시 전체의 빛으로 보일 만큼 거의 모든 지붕들이 비슷한 색조를 띄고 있었다.

조토의 종탑 정상에서 본 원개와 피렌체 시

지상에 내려서도 낮은 주변 건물 탓에(최근에 지어진 건물도 높이가 5~7층 이상의 건물은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피렌체는 두오모를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쉽게 두오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거대한 원개의높이는 90m 가 넘는다. 이 원개를 세우기까지 14년 이상을 노력하였는데 이 원개를 설계한 Filippo Brunelleschi(브루넬레스키)는 평생을 이 건물의 원개 건설에 헌신할 만큼 가히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이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 우리말로 의역해 보면 “꽃의 성모 마리아를 위한 대 성당” 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토의 종탑


그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건물은 Campaniledi Giotto(조토의 종탑)이다. 이 건물은 높이가 84m인데 그 속으로 난 좁은 계단을 통해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끝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이 종탑을 완공한 것이 14세기 말이니 약 600년 전의 건물이 오늘날에도 이렇게 문제없이 사용된다는 것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물론 석조 건물이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참으로 야무진 건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건물들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부를 장식한 색조 대리석의 향연이다. 이탈리아는 대리석의 나라다. 지금도 북쪽의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는 질 좋은 대리석이 끝없이 생산되는데 우윳빛의 전통적인 흰 대리석으로부터 온갖 색의 대리석이 생산된다. 부유했던 메디치의 수장들은 이 대리석 중 가장 값지고 화려한 빛의 대리석을 사다가 이 두오모를 건설했을 것이고 그 결과물을 거의 600년이 지난 지금, 먼 동양의 여행자인 내가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초록빛의 대리석과 분홍빛의 대리석이 흰색의 대리석과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이 두오모의 배색은 우리가 배웠던 그 어떤 색채이론으로도 설명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색채와 조각의 놀라움

색채뿐만 아니라 조각의 정교함과 환조 부조의 자유로움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인가가 짐작된다. 그러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이 놀라운 건물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이 건물을 만들기 위해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당시의 피렌체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어차피 돈을 낸 메디치가의 귀족들은 처음부터 손에 흙 한 줌, 돌조각 하나 만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들도 단지 설계만 했을 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건축물의 전부를 완성한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이탈리아 전역의 석공들과 피렌체의 노동자들이었을 것이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오래 보고 있을수록 그 감동의 깊이가 더 넓어지고 더 커지는 것을 발견한다. 정교함은 정교 함대로, 그리고 거대함은 거대 함대로 각각의 통로를 통해 나에게 전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완전히 독립적인 이미지로 나에게 각인됨을 알 수 있는데, 이미 그 건물을 보고 온 지 이십여 일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그 건물은 나의 오감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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