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 그 찬란함에 대하여
이탈리아어 두오모(Duomo)는 기본적으로는 영어의 돔(dome)이라는 단어와 그 뜻이 같다. 즉 반구형 지붕 모양이 있는 건축물이다. 라틴어(語) 의도 무스(DOMUS)가 어원(語源)이다. 하지만 영어권에서 돔은 단지 반구형의 둥근 지붕, 둥근 천장 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란 독일에서의 돔(Dom)과 마찬가지로 대성당(大聖堂:cathédrale)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주교 이상의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큰 규모의 성당을 지칭한다. 또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 집회 장소가 아니라 그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여 큰 광장, 그리고 상업지역 등이 연계되어 도시의 심장부의 역할을 담당한 곳을 두오모라고 부른다.
피렌체의 두오모가 그 대표적인 건물인데 피렌체라는 도시가 이 두오모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까지 받게 될 만큼 피렌체는 바로 이 두오모의 도시였다. 하늘에서 비행기로 내릴 때부터 보였던 두오모의 짙으면서 동시에 환한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은 도시 전체의 빛으로 보일 만큼 거의 모든 지붕들이 비슷한 색조를 띄고 있었다.
지상에 내려서도 낮은 주변 건물 탓에(최근에 지어진 건물도 높이가 5~7층 이상의 건물은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피렌체는 두오모를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쉽게 두오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거대한 원개의높이는 90m 가 넘는다. 이 원개를 세우기까지 14년 이상을 노력하였는데 이 원개를 설계한 Filippo Brunelleschi(브루넬레스키)는 평생을 이 건물의 원개 건설에 헌신할 만큼 가히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이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 우리말로 의역해 보면 “꽃의 성모 마리아를 위한 대 성당” 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건물은 Campaniledi Giotto(조토의 종탑)이다. 이 건물은 높이가 84m인데 그 속으로 난 좁은 계단을 통해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끝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이 종탑을 완공한 것이 14세기 말이니 약 600년 전의 건물이 오늘날에도 이렇게 문제없이 사용된다는 것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물론 석조 건물이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참으로 야무진 건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건물들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부를 장식한 색조 대리석의 향연이다. 이탈리아는 대리석의 나라다. 지금도 북쪽의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는 질 좋은 대리석이 끝없이 생산되는데 우윳빛의 전통적인 흰 대리석으로부터 온갖 색의 대리석이 생산된다. 부유했던 메디치의 수장들은 이 대리석 중 가장 값지고 화려한 빛의 대리석을 사다가 이 두오모를 건설했을 것이고 그 결과물을 거의 600년이 지난 지금, 먼 동양의 여행자인 내가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초록빛의 대리석과 분홍빛의 대리석이 흰색의 대리석과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이 두오모의 배색은 우리가 배웠던 그 어떤 색채이론으로도 설명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색채뿐만 아니라 조각의 정교함과 환조 부조의 자유로움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인가가 짐작된다. 그러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이 놀라운 건물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이 건물을 만들기 위해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당시의 피렌체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어차피 돈을 낸 메디치가의 귀족들은 처음부터 손에 흙 한 줌, 돌조각 하나 만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들도 단지 설계만 했을 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건축물의 전부를 완성한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이탈리아 전역의 석공들과 피렌체의 노동자들이었을 것이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오래 보고 있을수록 그 감동의 깊이가 더 넓어지고 더 커지는 것을 발견한다. 정교함은 정교 함대로, 그리고 거대함은 거대 함대로 각각의 통로를 통해 나에게 전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완전히 독립적인 이미지로 나에게 각인됨을 알 수 있는데, 이미 그 건물을 보고 온 지 이십여 일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그 건물은 나의 오감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듯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