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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09. 2017

파란과 곡절

委曲

석장승

委曲[i]


好節忽邁焉 (호절홀매언) 좋은 시절은 어찌 빨리 지나는지,

憂愁流秋去 (우수류추거) 근심은 가을처럼 흐르는데.

當處待天年 (당처대천년) 이곳에서 천년 기다리면,

我身芿欲然 (아신잉욕연) 내 몸에도 싹 틔울 수 있을까?


2017년 10월 6일 남원 실상사에 갔다가 절 앞에서 하염없이 가을 비에 젖어가는 석 장승을 보았다. 내내 마음에 남아 있다가 드디어 오늘(10.9)에서야 글로 옮긴다. 한글날에 한문을 쓰니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석 장승이야 무슨 생각이 있을까 만, 오로지 내 생각을 석 장승에 이입하여 글을 쓰고 보니 툭 튀어나온 눈망울과 굳게다문 입이 돌연 안쓰러워 진다. 참 사람의 마음이란 ...... 


      

[i] 위곡은 24시품의 열 일곱 번 째 풍격이다. 파란과 곡절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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