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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26. 2017

거미집, 그리고 이슬

가을날 아침 거미줄과 그 거미줄에 맺힌 이슬

露重 (노중) 이슬의 무게


今春無別事 (금춘무별사) 올 봄 별일 없더니,

此節不來覺 (차절불래각) 이 계절도 깨닫지 못하네.

無知世理事 (무지세리사) 세상 이치 아는 것 없구나,

但詩緣境發 (단시연경발) [i]무릇 시는 경계에서 떠오르나니.


2017년 10월 25일 아침 시간. 학교 주차장 뒤쪽 나무에 쳐진 거미줄, 이슬이 맺혀 절묘한 詩的 경계를 보여 준다. 시적 이미지는 문득 떠 오르는 것이어서 오래 두고 묵힐 수가 없다. 다만 그러한 시적 意境은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언제나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


      

[i] 중국 당나라 중기의 선승(禪僧)이자 위대한 시인이었던 皎然(교연)의 시 秋日遙和盧使君遊何山寺宿敡上人房論涅盤經義(추일요화로사군유하산사숙이상인방론열반견의)에서 차운해 옴. 다소 긴 제목이나 내용은 가을 날 산사에서 열반경 논의를 하다가 생긴 일에 대해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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