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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29. 2017

2018, 滑疑 (골의)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2017년 11.29일 풍경




自定來年文集題滑疑*(자정래년문집제골의)



凉風吹空枝(량풍취공지) 찬 바람 빈 가지 사이로 불고,


此歲蹙虛心(차세축허심) 세월은 빈 가슴에 닥쳐오는구나.

爲據不解至(위거불해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지극함은 알 수 없어라!

時節日遷深(시절일천심) 시절은 날로 깊어지는데.


2017년 한시집 재유(在宥)를 묶고, 다시 2018년을 준비하며 한시집 이름을 고민하다 장자 제물론에 등장하는 滑疑(골의)를 제목으로 한다. 2017년 11월까지 문집을 묶었으니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다시 일상의 번뇌를 옮겨 보려 한다.  


*滑疑(골의): 滑疑之耀(골의지요)의 줄임 말이다. 장자 내편 제물론에 등장하는 이 말은 남곽자기가 제자인 안성자유에게 도를 설명하면서 그 비유로 한 말이다. 그 뜻은 희미한 가운데 감추어져 있는 그윽한 빛. 분명하게 판별하기 어려운[疑] 그윽한[滑] 빛을 말한다. 본래 滑은 어지러이 질서 없는 혼돈을 의미하므로 희미하고 혼돈스러운 가운데 감춰진 그윽하고 어두운 밝음, 즉 不明之明이고 확대해석 하면 不道之道에 이른다. 서진의 학자 司馬彪(사마표)는 滑疑를 亂(난)으로 풀었다. 하지만 여기서 亂은 어지럽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작은 지혜로 밝힐 수 없는 혼돈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므로 그윽한 빛이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爲據(위거): 장자 雜編 至樂에 등장하는 말이다. 본래 말은 今奚爲奚據(금해위해거)인데 그 뜻은 ‘이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奚는 何와 같이 쓰인다. 『列子』力命편에는‘어디를 떠나고 어디로 나아가며 무엇을 슬퍼하고 무엇을 즐거워하며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까[奚去奚就 奚哀奚樂 奚爲奚不爲].’로 되어 있다. 장자에서 奚爲의 爲와 奚據의 據는 상반되는 의미로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사용하였다. 이제 나이 들어 감에 이 분별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며 2018년 처음 시에 이 말을 용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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