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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25. 2017

한 해의 끝에서

歲暮


季歲億過時 (계세억과시) 한 해 끄트머리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니,

冒雲日光茫 (모운일광망) 구름에 가린 햇빛처럼 아득하구나.

常洐亦恒停 (상행역항정) 흐름 또한 멈춤인가,

濁天覽衰顔 (탁천람쇠안) 흐린 하늘에 여윈 얼굴 비추어 보네.


2017년 12월 25일 휴일 날. 조용히 일 년을 되짚어 본다. 지난 일 년, 나로 인해 일어난 일이 타인에게 위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미 타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을 것이며 그 생채기는 또 다른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물처럼 얽힌 緣起의 세상에서 나의 어리석음은 언젠가 내게로 다시 돌아와 나를 상처 줄 것이다. 하여 스스로 타인의 행동으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근기를 키워야 하고 동시에 상처 주지 않는 일상이기를 빌어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은 이미 알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중국의 시인 왕유의 시 ‘흰 눈 내린 겨울밤 호거사의 집을 생각하며(冬晩對雪憶胡居士家)’ 중 일부 구절을 인용했다. 왕유(왕웨이, 王維, 699년 ~ 759년)는 중국 성당(盛唐)의 시인·화가로서 자는 마힐(摩詰)이다. 그가 자를 마힐로 한 것은 어머니 최씨(崔氏)의 영향으로 그의 모친은 대단히 열렬한 불교신자였다. 왕유도 이 영향으로 불교에 입신(入信)하여, 재가 불자로서 득도한 유마힐(維摩詰)을 닮고자 자를 마힐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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