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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21. 2018

春雪雰雰


春雪雰雰


春雪趶空枝 (춘설오공지) 봄 눈, 빈 가지 위에 걸터앉았네! 

速泮靜初容 (속반정초용) 빨리 녹아 처음처럼 고요해질 것을. 

邇遐卒歸冬*(이하졸귀동) 온통 겨울로 문득 돌아간 듯, 

霽後昡促東 (제후현촉동) 눈 그친 뒤 햇살은 봄 재촉하리니, 


2018년 3월 21일 밤새 눈이 내렸다. 봄 눈! 희미한 그림자처럼 불투명한 느낌의 봄과 모든 것을 감추는 흰 눈이 기묘하게 마주한 날, 지극히 주관적인 눈으로 사진을 찍고 또 시를 쓴다. 안타까운 것은 아마도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 모호함의 실체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눈이 오면 덮이고 눈이 녹으면 드러나는 것처럼 단순함 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진리를 모른 체 그저 나이 들어가고 있음이다.     


* 정약용의 시 “흰 구름(白雲)” 중 ‘기이한 빛, 온 세상을 비춘다(奇光照邇遐)’를 용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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