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坐乃望遠山白花 (정좌내망원산백화) 조용히 앉아 먼 산 흰 꽃을 바라보며.
華花澹澹開 (화화담담개) 꽃들, 담담히 피어나도,
春深靜寂邁 (춘심정적매) 봄 깊어지면 고요히 가버리지.
來節吾不聞*(래절오불문) 계절 오는 소리 듣지 못했으니,
不責去忘禮 (불책거망례) 보냄에 예의 없다 꾸짖지 마오.
2018년 4월 1일 아침 나절, 집 앞 먼 산 곳곳에 흰 꽃들 피어나다. 매년 어떻게 오는 지도 모르게 피어나고 또, 언제 가는 줄도 모르고 스러지는 꽃들을 나는 그냥 바라만 본다. 절대적인 우주의 순환 속에 존재하는 두 객체의 마주함은 이렇게 해마다 계속되지만 서로 오고 감을 살뜰하게 챙길 수 없으니 나도, 그리고 꽃도 참으로 무심하다.
* 屈原의 離騷 중 한 구절 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