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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4. 2018

봄비 그친 뒤


春雨後     


忽忽兮遠望 (홀홀혜원망) 홀연 멀리 바라보니, 

亦流和綠歲 (역류화녹세) 푸른 세월이 흐르고 있구나. 

槻棌未疏蕭*(규채미소소) 느티나무 떡갈나무 아직은 성글어도, 

再眺盛綠勢 (재조성록세) 다시 돌아보면 녹색으로 번성하리니. 


2018년 4월 14일 토요일 오후. 비가 그치고 나니 앞산에 새싹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선명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이제는 자연에서 기쁨이나 혹은 슬픔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자연은 그야말로 그러할 뿐, 그 어떤 감정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수양이 부족한 탓에 적절한 단어를 떠 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 고시십구수(중국의 고전인 《문선》에 수록된 한나라 때의 작자 불명의 오언고시 19수) 중 제 13수에 등장하는 白楊何蕭蕭(백양하소소: 백양나무가 쓸쓸하여)를 용사함. 실제로 13수의 시적 분위기는 겨울과 죽음이지만 봄비에 씻긴 맑은 풍경에서 이상하게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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