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8.7.24.

by 김준식

1. 노회찬, 굴원


초나라의 굴원이 자신의 주장을 지키려다 모리배들의 거짓에 속은 왕의 어리석음으로 관직에서 추방당하여 멱라강을 떠돌다가 어부를 만나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전해진다.


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거세개탁아독청 중인개취아독성 시이견방)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 맑으며, 사람들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으니 이로써 추방당했다오."


어제 노회찬이 스스로 죽었다. 굴원이 멱라강에 몸을 던졌듯 그는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63세의 삶을 마감했다. 굴원처럼 자신의 포부를 다 펴지 못한 채 죽고 만 것이다. 물론 굴원과 차이는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굴원의 자살과 노회찬의 자살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 정치판을 평가하는 말 중에 ‘보수는 부패했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노회찬은 진보이면서 유능했고 동시에 유쾌했다. 그러나 그도 자본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현실적으로 정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했을 것이다. 부패한 보수들을 위해 돈을 대는 자본가들은 줄을 섰는데 선명한 진보정치는 돈줄이 언제나 가뭄과 기근 수준인 것이 이 나라 정치현실이 아닌가!


자본주의의 무서운 마수를 끝내 거부할 수 없었던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은 그렇게 우리를 떠나고 말았다. 오래전 같은 노씨 성을 가진 정치인의 죽음과 오버래핑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굴원은 ‘離騷’를 남겨 두고두고 그를 반추하게 만든다. 노회찬은 ‘이소’만큼은 아니지만 경이로운 진보정치의 행적과 함께 번득이는 재치로 정치판을 풍자한 그의 촌철살인 어록들은 역시 우리에게 영원할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2. 환율전쟁


트럼프는 여기저기서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국수주의자의 면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기야 미국의 이익이 있어야 재선도 되고 제법 좋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니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다.


환율정책은 한 나라 경제정책의 마스터키와 같은 정책이다. 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환율이 있을 이유가 없지만 2015년 기준 세계 총무역량은 약 34조 달러(한국무역협회 홈 페이지 참조)에 이르고 보면 이제 무역을 상정하지 않는 경제정책은 생각할 수 없다. 세계 무역량의 압도적 1위는 2015년 기준 중국이다. 2위는 미국인데 내실은 전혀 다르다. 중국은 수지(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 즉 수출과 수입의 차액)도 1위다. 하지만 미국의 수지는 순위로 보자면 한 참 아래이고 중국의 수지 액수의 두 배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통계는 나와 있다.


그러니 트럼프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선도 물 건너가고 동시에 미국의 세계 강국으로서의 체면도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이라는 이름으로 압박을 해왔다. 사실 중국은 달러화를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달러화는 미국 돈이니 미국은 찍어내면 된다. 하지만 화폐의 특성상 많이 찍으면 달러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가치가 떨어지면 이 문제는 전 세계적인 경제문제로 비화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럼 환율조작국이란 뭔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려는 것이다. 물론 너무 떨어뜨리면 자국 내에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는 인플레이션이 오지만 적당히 떨어뜨려 수출에 활력을 기하려는 정책은 사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이 워낙 덩치가 큰 경제규모이기 때문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서민들은 환율이고 무역이고 간에 당장 내가 쓸 돈에 위협을 덜 받고, 또 노후 걱정이나 없는 세상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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