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우니 몸이 느려지고 정신은 흐려진다. 이 상태가 최근 계속 유지되면서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버린다. 동시에 그로부터 언어와 행동이 시작되는데, 나로 하여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다. 만(慢)이라는 글자가 있다. 보통 倨慢(거만)이라고 할 때 그 慢자다. 본래 이 글자의 뜻은 내가 잘 못한 것을 보고도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자기 합리화의 극치를 慢으로 표현한다.
일찍이 부처께서는 사람에게는 네 가지 慢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四慢은 다음과 같다.
먼저 卑下慢(비하만)이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못한 자신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약간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일종의 자기합리화인 셈이다. 여러 가지 일에 괜찮다는 긍정적인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의 처지는 그대로 두고 상대를 비하해야만 되는 마음의 자세다.
두 번째 邪慢(사만)이다. 스스로에게 아무런 덕성도 없는 사람이 스스로 덕이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이다. 요즘은 이런 상태를 요구하는 책들도 많다. 자존 감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또, 최근에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 조계종 총무원의 태도이기도 하다.
세 번째 增上慢(증상만)이다. 최상의 법과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였는데 스스로 이미 얻은 것처럼 교만하게 우쭐대는 일이다. 지금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경우다. 서점에 가보라!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그 해결책을 내놓은 사람이 어찌 그리 많은지……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책이 잘 팔린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대세가 된 세상이다.
마지막 我慢(아만)이다. 자기 자신을 높여서 잘난 체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비하하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비하만의 업그레이드다. 비하만은 최소한 자신을 그대로 두는데 비해 아만은 자신을 높이고 상대를 비하하는 태도다.
생각해보니 나는 위 네 가지 중 어디에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위가 이런 생각도 하게 하니 가끔 더위도 쓸모가 있다. 그래도 너무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