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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17. 2019

孟春感泣
(맹춘감읍)

孟春感泣


紅梅旣發乎*(홍매기발호)홍매 벌써 피었습니까?

奉賜茶洏灑 (봉사다이쇄)주신 차 들고 눈물 뿌립니다.

苾姸水滿器*(필연수만기)향기롭고 고운 차, 그릇에 가득하니,

遠居恒感施 (원거항감시)멀리 계시지만 늘 고마운 마음.


2019년 2월 16일. 하동에서 택배가 왔다. 봄에 나는 좋은 녹차를 잘 숙성시켜 이 맘 때(겨울 넘기고 봄이 오기 전에) 꺼내서 먹는 차가 발효차다. 중국의 보이차와는 많이 다르지만 맛은 한결 깔끔하고 아름답다. 하동에서 차를 키우시는 이 어른과 처음 조우한 것은 지난 2005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학교를 옮겼고 나는 사천에 있는 모 학교에 발령이 났다. 거기서 이 어른을 만난 것은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전공은 원예셨지만 학문적으로 매우 깊고 넓으셨으며 한시에 대한 식견은 대단하셨다. 그 어른께서 명예퇴직을 하시고 차를 키우시면서 해마다 이때쯤 차를 보내 주신다. 참으로 감읍할 일이다. 이 시를 답례로 올렸더니 흡족해하셨다. 


* 이 어른께서 화엄사 흑매(홍매)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화엄사 흑매 피면 차 한잔 하러 무단히 오시오”


* 당나라 시인 賈島(가도)의 茶烹楡花紅(다팽유화홍)의 경지를 용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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