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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24. 2019

봄 비 내린 뒤...

春雨後思與境偕(춘우후사여경해)*

봄 비 내린 뒤 생각과 경계가 함께 함.


孅葉前同交 (섬엽전동교)어린 잎 서로 알기도 전에,

花片無痕消 (화편무흔소)꽃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 

芽芿華落明 (아잉화락명)새순 돋고 꽃 떨어짐은 분명한데,

不由不及翏 (불유불급료)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라!

隨風惜殺瓣 (수풍석쇄판)바람 따라 안타까이 꽃잎 흩어져,

適時歸本故 (적시귀본고)때 맞춰 제 자리로 돌아갔네.

風嘯灑梢林 (풍소쇄초림)숲 위로 바람은 소리 내어 불고, 

雖亂嬴新草 (수난영신초)어지러운 세상 초록만 가득하구나.

 .

2019년 4월 24일 아침. 밤 새 봄 비가 조금 내렸다. 새로 돋아 난 줄기에 빗 방울이 영롱하다. 햇살 퍼지기 전, 줄기에 맺힌 물방울 싱그럽다. 언제나 그러했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어수선한 세상을 보는 마음을 글로 옮겨 놓는다.


* 境(경)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창조된 외부세계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외부세계와 관계가 깊다. 그러나 여기서 외부의 세계 또한 완전히 객관적 외부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경’은 사람과 외부세계의 관계 속에서 창조되는 심령의 이미지로서 지극히 내재적인 동시에 자기만족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들과 시인들이 ‘경’에 대하여 논하고 또 시를 썼다. 그러나 각자가 모두 다른 ‘경’을 이야기한다. 너무나 당연하다. 


경은 界(계)와 어울려 ‘경계’를 이룬다. ‘계’는 ‘경’과 함께 기본적으로 객관적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두 부분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경’과 ‘계’가 합쳐져 ‘경계’가 되면 둘로 나뉘어진 부분을 포괄하는 또 다른 독립적 세계를 가리킨다. 따라서 ‘경’, 즉 관찰자의 외부세계는 ‘계’로 인하여 분리된 듯 보이다가 ‘경계’로서 통합되는 것이다.


꽃피고 새 잎 돋는 세계의 이미지는 ‘경’이다. 하지만 꽃 잎은 떨어지고 새 잎은 돋아난다. 이는 ‘계’다.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경계’로서 사물을 관찰하여 독립적이고 주관적이며 지극히 자기만족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봄 날의 변화와 개화와 낙화, 그리고 새 잎이 돋는 과정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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