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2019

by 김준식

金藤花 2019 - 花影之吷(화영지혈) 꽃 그림자의 가는 소리


離形到無爲 (이형도무위) 외형을 떠나 무위에 이름을,

莊周曾了憬 (장주증료경) 장주는 일찍이 깨달았다네.

以雨心轉臨*(이우심전림) 비와 더불어 마음은 왔으나,

忽戀好容汝*(홀연호용여) 문득 잘생긴 그대 그리워라,


2019년 6월 29일 장마 중에 능소화를 보기 위해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는 함양군 지곡면에 갔다. 하마터면 올해 이곳 능소화를 보지 못할 뻔했다. 이미 흐드러져 떨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몇 송이는 사진에 담을만했다.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자주 잊어버리고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산다. 시를 읽다 보면 함련과 경련 사이의 내용에 약간의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함련과 경련에 對仗(대장)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상세하게 펼 수 있었지만 문득 그 사이의 감정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시적 意境(의경)을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과감히 생략하였다.

* 능소화는 궁궐에서 죽은 고혼이 화한 꽃이라는 이야기에 빗대어 글을 지어 본다. 이를테면 담을 넘어 핀 능소화에게 빗방울이 그리운 사람의 마음이라고 비유함. 하지만 빗방울과 아무리 마음을 나누어도 그리운 그 사람의 모습에 비하겠는가!

* 韋應物(위응물)의 시, 奇全椒山中道士(기전초산중도사) 중 한 구절을 차운하다. 위응물은 唐 말기의 시인으로서 성품이 고결하였고 五言詩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그 시의 품격은 소박한 가운데 高遠의 정취가 있어 陶淵明과 자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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