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화, 아이들

by 김준식
013.JPG 몇 명이 빠진 전교생

올봄부터 정성을 다해 키웠던 학교 국화가 예쁘게 폈다. 물론 나는 그 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이 가을에 핀 국화는 그 봄의 정성을 생각하게 한다. 국화가 예쁘게 피니 불현듯 아이들을 그 앞에 세우고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혹시 교장이 이런 생각을 해서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나 하루를 꼬박 생각해 보았다.


약간의 불편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이 가을을 그냥 넘기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아 교무부장 선생님께 살짝 말씀드렸더니 너무나 흔쾌히 찍자고 말씀하신다. 전교생이 다 찍어도 1시간도 걸리지 않을 작은 학교!


학교 현관을 선택한 것은 화분이 놓여 있는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화분이 무거워 딴 곳으로 옮기면 누군가가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분을 약간 옮겨 계단에 내려놓고 아이들을 뒤에 서게 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어색해한다. 얼굴 표정을 연출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웃으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이들은 웃는 방법을 모르는 듯 그냥 무표정이다. 가끔 겸연쩍은 미소만 지을 뿐.


국화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아이들의 그런 표정 하나하나가 내게는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다양한 표정을 짓는 거보다 지금의 저 어색함이 한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가끔 화려함에 눈을 팔지만 사실은 담담함과 어색함이 더 마음에 오래 남는 법이다.

028.JPG 어색함이 ....
040.JPG 예쁜 남학생, 더 어색하다.....
047.JPG 여학생도 역시 어색하다
049.JPG 쭈뼛쭈뼛!
061.JPG 나름 포즈를 잡았는데...

아이들은 불만이 있다. 왜 사진을 찍냐? 국화가 뭐가 예쁘냐? 눈이 부신다…. 등등.


나는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맞다! 지금 너희들보다 더 예쁜 꽃은 없다. 사실은 그래서 더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푸른 하늘로 사라진다. 작은 학교 지수중학교의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내가 참 행복한 오전이다.

001.JPG 아름다운 국화
069.JPG 하늘!


아이들 사진은 하는 수 없이 모자이크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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