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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01. 2016

일상성에 대하여(1)

일상과 혁명


새벽이 오면 나는 어김없이 일어나 일상을 시작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식사를 하는 모든 과정이 연속적으로 배열되고 그 사이사이 나의 의지가 개입되어 하나의 일관된 과정으로서 아침의 일상이 이루어진다. 출근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며 수업을 하고 업무를 보는 과정이 똑같은 범위에서 매일, 매달, 매년 되풀이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라는 주체적 존재의 소멸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데 먼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먼 미래의 어느 지점까지 유지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노동이라는 필터를 통해 일상을 해석하였는데 그는 노동의 일상 속에 혁명이 있다고 믿었으나, 역설적으로 노동의 일상으로 인해 우리의 혁명은 가끔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의 일상으로부터 혁명이 유도된다는 나의 믿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또 스스로 그러한 일상의 위대함을 매 순간 되뇌이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이러한 일상으로 인해 매일 딜레마에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일상성으로부터 혁명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한 것일까?


먹고 자는 생리적 현상으로부터 출발하는 일상성은 그 생리적 작용의 배후에 존재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먹는 것을 위한 경제적 활동과 경제적 활동으로 획득한 자본으로부터 먹는 재료의 구매, 그리고 실제 재료의 조리까지의 모든 조작적 활동과 장소의 획득과 분배에 대한 주체적 개입과 객관적 갈등의 단계를 거쳐 주관적 생활공간을 점유하는 그 모든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과정이 일상성의 배후이자 동시에 일상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성의 공간은 곧 삶의 공간이며 또 사유의 공간이다.


사유의 공간! 이 기막힌 공간은, 공리적인 힐베르트 공간이 아니라 오직 관념 속에 존재하는 공간으로서 시간과 방향성이 포함된 나의 의지, 그리고 관찰 혹은 개입의 문제가 포함된 매개변수들이 혼란스럽게 그러나 동시에 매우 정교하게 교차하는 공간인 것이다.


하여 그 속에서 주체적인 나의 일거수 일투족은 내 의식의 반영이며, 동시에 일상성에 대한 나의 태도이자 행동방식이다. 이러한 사실을 뒤집어 보면 나의 행동 어느 하나도 목적 없는바 없고, 또 수단 아닌 것도 없는, 마치 촘촘히 짜진 직물과 같다. 따라서 나의 행동과 태도는 언제나 객관화되어 외부로 투영되며, 외부로 투영된 객관화된 나의 행동은 일상성이라는 필터를 통해 다시 나에게 해석된다. 기막힌 변증법적 사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막힌 변증적 사유의 결과가 일상으로부터의 혁명이라는 결과로 연결되기에는 아직 여전히 나의 일상은 무료하고 평범한 것임을 자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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