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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29. 2020

꽃 그림자 위로 오리 헤엄치다.

會三歸一 *


枠華潛濁水 (화화잠탁수) 벚꽃 흐린 물속으로 가라앉고,

鴨泳上此影 (압영상차영) 그 그림자 위 헤엄치는 오리.

秘笈展與吾*(비급전여오) 비급은 나에게 펼쳐졌지만,

要領散及漣*(요령산급련) 요령은 잔물결 따라 흩어지누나.


2020년 3월 26일 오후, 아내가 촬영한 사진. 사진을 보는 순간 글을 쓰려했으나 무엇을 주제로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3일이 지난 오늘 밤에야 겨우 글을 얼버무린다. 비 내려 탁해진 호수 위에 만개한 벚꽃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그 위로 꽃 그림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는 유유히 헤엄을 치며 지나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엄청난 비밀이 이 작은 사진 속에 있지만 요령, 즉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그 무엇인가를 나는 알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임을 자각한다. 


* 회삼귀일: 聲聞乘(성문승), 緣覺乘(연각승), 菩薩乘(보살승)의 삼승을 말한다. 여기서 乘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부처의 가르침이나 수행 법을 뜻한다. 법화경에는 三乘이 一乘, 즉 佛乘(불승)을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를 會三歸一이라고 한다. 즉, 삼승은 부처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편이라는 뜻이다.


* 秘笈展觀(비급전관): 조선 시대 김명국의 그림 제목이다. 김명국은 조선 중기의 화가로서 본관은 安山(안산)이며,  자는 天汝(천여), 호는 醉翁(취옹)이다. 조선 시대 화가 중 몰골법의 대가이다. 비급이란 이를테면 자연이 주는 신묘한 메세지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 24시 품 중 超詣(초예)의 이미지를 용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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