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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01. 2020

꽃에게 도를 묻는다.

問道於枠瓣散天地(문도어화판산천지) 천지로 흩어지는 벚꽃 잎에게 도를 묻는다.


已春撐空枝 (이춘탱공지) 이미 봄인데 빈 가지로 버티다가,

急晥似雪盡 (급환사설진) 갑자기 환하더니 눈처럼 흩어지네. 

彼花至一乘*(피화지일승) 저 꽃은 깨달음에 이르렀는데,

朦訒自不識*(몽인자불식) 흐리고 둔하여 깨닫지 못하는구나.


2020년 4월 1일 아침 출근길. 진주시 문산읍, 진성면, 금산면의 경계에 있는 질매재를 넘어 출근하면서 이제 올봄 절정에 이른 벚꽃을 본다. 지난겨울, 그리고 봄이 시작된 이후 내내 무심히 빈 가지로 버티더니 어느 날 放光(방광 – 부처의 깨달음을 빛으로 형상화한 것.)처럼 환하게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내 눈처럼 꽃 잎을 날리며 세상으로 흩어져간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초연하게 세상을 떠나는 깨달은 자처럼. 


앞으로 잎이 돋아 무성해질 것이고 다시 그 잎 떨어져 스러지면 저 꽃잎은, 빈 가지마다 꼭꼭 숨어 또 겨울을 견딜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이 오면 다시 우리에게 환하게 다가올텐데 해마다 꽃에게 도를 물어보지만 흐릿하고 둔한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 一乘:  화엄경의 궁극적인 가르침이다. 즉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오직 하나의 원만하고 완전한 가르침을 뜻하기도 하고 또  깨달음 그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 포대화상: 본명은 契此(설차 - 이름으로 쓸 때는 ‘계’로 읽지 않고 ‘설’로 읽는다.) 또는 釋을 붙여 釋契此(석설차 – 설차 스님)라고 부른다 항상 헐렁한 주머니(포대)를 짊어지고 다녔기 때문에 布袋和尙(포대화상)이라는 속칭이 붙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사람이다. 간혹 미륵의 현신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의 마지막 偈頌(게송) 마지막 구절을 차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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