倣獨覺於欽華*(방독각어흠화) 꽃을 물끄러미 보며 홀로 깨달은 척.
開花無傳信 (개화무전신) 꽃 핀다 소식 없었고,
將落底別䚽 (장락저별호) 꽃 진다고 무슨 말 있으리.
紅梅發滄茫*(홍매발창망) 아스라한 하늘 아래 붉은 매화 피어나니,
從緣但聚消 (종연단취소) 인연 따라 모이고 사라질 뿐.
2020년 3월 21일 오전 8시경. 전남 구례 화엄사 홍매를 친견하다. 코로나가 세상을 휩쓸어도 꽃 핀다 하여 미안함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침 일찍 화엄사를 찾았다. 마스크를 낀 채 사진을 찍는 무리들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작년과 비교해 없는 편이다. 이리저리 몇 컷을 찍고, 지금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께 참으로 미안한 마음 때문에 황급히 물러나 집으로 돌아왔다.
* 獨覺: 독각(pratyeka Buddha). 불타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스승도 없이 스스로 깨달아, 고독을 즐기며 설법도 하지 않는 불교의 성자. 과거에 善根(선근)이 많아서 자연을 보고 깨닫기도 하고 12 인연이나 인연법을 스스로 관찰해 깨닫기도 한다. 緣覺(연각) 이라고도 부른다.
* 이숭인의 ‘新雪’을 용사함. 이숭인은 고려 말의 시인, 대학자였다. 호는 陶隱(도은), 자는 자안, 본관은 성주다. 길재(冶隱 야은) 대신 삼은으로 꼽히기도 한다. 圃隱(포은) 정몽주의 문하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