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헨리 8세
이혼을 위해 아니면 사랑을 위해 별일을 다 한 잉글랜드 왕 헨리 8세. 40년 가까이 왕위에 있으면서 여섯 번이나 결혼을 감행하였고, 종교개혁을 탄압하면서 한편으로는 잉글랜드에서 가톨릭의 최고지위를 박탈하기도 했다. 또 두 명의 왕비와 여러 명의 신하를 처형하는 등 중앙집권을 위해 거침없이 나아간 왕이다.
헨리 8세가 처형한 신하 중에는 토마스 무어라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쓴 인물로 유명하다. 유토피아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말이다. 무어는 실제로 대단히 비정하고 잔혹한 사람이었는데 종교 개혁을 막아내기 위해 대법관이었던 시절 추기경 토머스 울지와 협력하여 여섯 명의 루터교 신도를 화형에 처하고, 마흔 명의 다른 사람들을 교도소에 넣었다가 결국은 처형해버린다.
그런 그도 헨리 8세의 눈에 가시가 되는데 결정적 원인은 헨리 8세의 혼인무효 요청 편지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앤 불린의 대관식에도 불참하고 오해가 풀리기도 전에 계승법에 충성 서약을 거부하자 마침내 헨리 8세는 그를 반역 혐의로 런던탑에 유폐한다.
어쨌거나 유토피아는 이런 그의 삶에서 나온 스스로의 도피처일 수 있다. 유토피아에 나타난 무어의 생각은 당시 인기 있던 아메리고 디 베스푸치의 책 ‘신세계’가 영향을 주었는데 공산주의적 이상향이었다. 그렇다고 유토피아가 공산주의적 이상향을 그린 책은 아니다. 공산주의는 그저 수단일 뿐이다.
유토피아의 인민들에게 국가는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1516년경 처음 이 책을 쓰기 시작했으니 무려 500년 전에 무어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생각을 한 것이다.
2. 기본 소득제
태어나서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국민 누구나 일정액을 매달, 혹은 매년 국가로부터 받는 것을 말한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200개 이상의 나라 중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몇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유지되고 있지는 않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국민에게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지급되면서 장기적으로 이 제도의 논의가 정치권에서 있지만 그들의 정치 노름에 편승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기본소득제가 복지제도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복지는 상대적 평등에 대한 선별이 핵심이다. 반대로 기본소득제는 절대적 평등에 기초한 국가재정정책의 일환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국가 재정을 출연하여 국민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과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수요 공급이 정상화되면 경제가 순환되고 기본소득의 재원이 되는 세금을 걷는데 편리해진다. 결국 세금을 걷어 국민에게 평등하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그 과정의 여러 문제는 역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고소득자의 세금과 탈루 세금, 그리고 아직도 조세가 부과되지 않는 세원의 발굴까지 합의와 논의를 계속하여 결론에 도달하면 된다. 당연히 그 과정은 투명해야 되고 열려있어야 하며 동시에 보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