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Aug 28. 2020

경계가 없는 경계

不際之際*(부제지제) 경계가 없는 경계


朝夕削大熱 (조석삭대열) 아침저녁 한 더위 꺾이니,

草華自凋萎 (초화자조위) 풀꽃 절로 시드네.

切關卽蕭閒 (절관즉소한) 관심 끊으니 호젓하고 한가롭구나,

盛衰循相歸*(성쇠순상귀) 성하고 쇠함은 돌아 돌아 그 자리.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연수 중.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본다. 압척초(닭의 장풀)가 이제 시들어 가고 있다. 아직은 엄청난 열기가 있는 한 낮이지만 아침저녁은 이제 열기가 한 풀 꺾인 듯하다. 세상은 내가 짐작하지도 못하는 사이 스스로 순환한다. 절대 진리 앞에 우리 역시 그렇게 순환할 것이다. 


* 『장자』知北遊(지북유) 제6장에 “不際之際 際之不際者也”(부제지제 제지부제자야)라 했다. 즉 “경계가 없는 경계는 경계가 경계로 나타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제5장의 “不形之形 形之不形”(불형지형 형지불형)의 뜻과 비슷하다. 


* 정약용의 시 '하지' 중 한 구절을 용사함. 

작가의 이전글 나비 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