鷗盟*
海鷗頻抱疑*(해구빈포의) 갈매기는 자주 의심하고 있어서,
察䀦恒不閉 (찰고항불폐) 언제나 눈 감지 않고 살피는구나.
以無域爲居*(이무역위거) 경계 없는 곳에 살고 있지만,
心中不警解 (심중불경해) 마음속 경계는 풀지 않네.
2020년 10월 13일. 욕지중학교에 가는 배 위에서 갈매기를 본다.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을 빗대어 조선의 시인은 삶의 자유를 노래했지만, 내 카메라에 잡힌 갈매기 눈을 보며 나는 ‘열자’의 이야기를 떠 올렸다. 경계(域) 없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지만 마음은 언제나 경계(警)로 가득하여 눈 감지 않는 갈매기를 보며, 이것을 내 삶의 경계(境)로 삼는다.
* 구맹은 조선의 위대한 시인 신위의 시를 용사함.
讀書窓爲倦書拓(독서창위권서척) : 책 읽다 창을 보니 지루하여 책을 덮네,
滿地江湖雙白鷗(만지강호쌍백구) : 천지는 그윽하고 갈매기는 짝지어 나는구나.
摒却浮名身外事(병각부명신외사) : 부질없는 명성을 버리려니 몸 밖의 일이라,
一生堪輿汝同遊(일생감여여동유) : 일생을 그대들과 더불어 견디며 함께 노니리니.
* 인간의 機心(기심: 거짓 마음) 알아본 갈매기의 故事를 인용한 것이다. 『列子』 黃帝에 “옛날 어떤 사람의 집이 바닷가에 있었다. 그는 매일 갈매기와 함께 놀면서 서로 친해지고 익숙해졌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서, 그에게 갈매기를 잡아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다시 바닷가로 갔을 때에는 갈매기들이 문득 그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라고 하였다.”
* 以無域爲居: 老子 道德經 下篇 제63장을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