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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5. 2016

Chasse au faucon en Algérie.

실체와 그림자

Chasse au faucon en Algérie - La curée, 1863. Oil oncanvas, 162.5cmⅹ118cm

오르세의 그림 이야기 여섯 번째


Eugene Fromentin(외젠 프로망탱)이 묘사한 

Chasse au faucon en Algérie - La curée(알제리의 매사냥) 1863


프랑스 대서양 연안 항구도시 La Rochelle(라 로쉘르)에서 1820년 태어난 Eugène Fromentin (외젠 프로망탱, 1820~1876)은 북 아프리카, 특히 알제리를 주요 배경으로 그린 풍경화가이자 미술 비평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이다. 


그는 법률 학교를 졸업하고 미술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어 풍경화가였던 Louis Cabat(루이스 까바)의 문하에서 몇 년 동안 그림을 배운다. 그러다가 그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사건이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알제리 방문이었다.


1846년 친구 둘과 방문한 알제리는, 젊은 프로망탱에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했고 그 뒤 여러 차례 알제리를 방문하면서 그는 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특히 민속학적 연구(Ethnological science) 방법에 업적을 남기게 된다.


그런가 하면 그는 예술 이론에도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네덜란드 미술, 특히 Peter Paul Rubens(루벤스)와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렘브란트)의 미술에 대한 비평서를 출간하기도 한다. 그는 이 저작에서 처음으로 예술 비평(Artcritics)이라는 틀을 통해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예술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 그림, ‘채석장에서의 매사냥’은 프로망탱이 두 번째 알제리를 방문한 뒤에 그려졌는데 동일한 장면의 매사냥 그림이 몇 편 있다. 황량한 사막의 풍경을 그린 수평적 그림(Arabes chassant le faucon ; 이 그림은 루브르에 소장되어있다.)과는 달리 이 그림은 종적인 구도로서 덤불과 함께 멀리 채석장이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서 있는 두 마리의 말과 역시 멀리서 달려오는 말들의 묘사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전히 매들은 분주하게 사냥을 하고 있고 먼저 사냥을 시작한 매가 사냥을 해 오자 시종들이 매로부터 사냥감을 분리하고 있다. 적갈색 말을 탄 노인은 아마도 족장인 듯하고 백마를 탄 시종은 또 다른 매를 날리려 하고 있다.


매사냥은 아시아에도 그 전통이 있다. 몽고의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매사냥 풍습이 있는데 몽고가 고려를 침략했을 때 고려 사람들이 매를 키우는 응방(鷹坊)을 만들어 매를 공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매사냥을 할 때에는 그림에서처럼 매가 사냥해 온 사냥감을 빨리 매로부터 뺏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매는 사냥 본성을 잃게 된다고 한다. 결핍이란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결핍을 통해 매는 언제나 사냥 본성을 유지하게 된다.


프로망탱에 의하면 “예술이란 보이는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프로망탱이 가진 예술에 대한 인식을 표현한 말인데 이는 들라크루와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들라크루아는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로서 그 뒤, 인상주의 화풍의 초석을 놓았는데 심원한 색채와 격정적인 구도의 사용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세계를 화가의 내부에서 재편하여단지 눈에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새로운 회화적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바로 이러한 예술적 경향을 프로망탱은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 이야기


실체와 그림자 이야기


장자 제물론 끝 부분에는 재미있는 그림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명(개)의 그림자가 대화하는 장면은 실체 없는 그림자들이 마치 실체인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는다. 짙은 그림자(景 :경)에게 옅은 그림자(罔兩:망량)가 깐죽거리며 말한다. 


何其无特操與(하기무특조여) 당신(景)은 왜 그리도 불안정 해 보이는 것이오. 

경이 답한다.


吾有待而然者邪(오유대이연자사) 무엇인가를 의지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오소대우유대이연자사)내가 의지하는 그 무엇도 또 다른 것에 의지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보오.


즉, 경이라는 그림자는 실체의 그림자이므로 실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생기게 한 실체조차도 확실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의 모호한 이야기나 망량의 깐죽거림이 사실은 우리의 모습이다.


즉, 세상은 매우 상대적인 것임을 이야기한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지식에 의해 평가되고 표현되고 있는 것, 장자는 이 자체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나아가 부정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또 원인이 있으며 결국 궁극적 원인은 ‘도(道)’일 것이다라고 장자는 추측하지만, 그 ‘도’의 구체적 작용과 내용은 장자 자신도 또 우리 역시도 망량이나 경의 말처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장자는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무형(無形)의 물질 조차도 실체가 있다고 상정하고, 그것은 의지적(意志的)인 행위를 하지 않는 만물의 근원이며 우주의 발생, 생장, 소멸의 초보적 질료라고 생각하였다.(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라이프니츠가 단자론에서 이야기한 질료(Substance)와 동일한 의미는 결단코 아니다.) 


그 무형의 실체는 유(有)를 예비하는 전 단계로서 무에서 유로 변화하는 이런 전환 과정이 바로 도(道)라는 것이다. 즉, 도를 자연의 보편적 법칙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도가 자연계를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여기서 불교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으로 냉정하게 감정을 억제하고 보편적 법칙으로써의 도의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장자 제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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