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31)

by 김준식

2021학년도부터는 목요일로 철학 수업이 옮겨졌습니다. 내일 수업할 내용입니다.


지식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1.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일까?


우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일까?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났다고 이야기하자니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반대로 살아가면서 배우는 대로 알게 된다고 생각해보니 배우지 않고도 아는 것이 의외로 많다.


지식의 知는 화살(矢)이 입(口), 즉 과녁이나 중심에 꽂힌다는 의미인데 순우리말로 ‘앎’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앎’의 사전적인 뜻은 안다는 것으로, 특정한 물건이나 사람, 혹은 추상적인 어떠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나아가면 이것은 ‘깨달음’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깨달음’이란 단순히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종교적 의미의 깨달음은 불교의 해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식을 활용함에 바탕이 되는 것은 기억이다. 기억이란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 또는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이렇게 저장된 기억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인출되는 과정은 회상이 된다. 인간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과 더불어 망각하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억과 회상, 그리고 망각의 연속선 위에 인간이 있고 그러한 것들이 인간에 의해 체계화된 상황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사실은 무엇일까? 사실의 정의는 1)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 또는 2) 확정된 평가의 표준에 관련하여 유효한 무언가를 가리킨다. 조금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1)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좀 더 풀어보면, 먼저 실제로 일어났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으로서 ‘지구의 위성은 달이다.’ 또는 ‘동해바다는 일본과 연결되어있다.’ 등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발생한 세상의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계가 존재했던 혹은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사태 자체에 의해 참과 거짓이 결정될 뿐, 우리의 믿음(의지)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2) 확정된 평가의 표준에 관련하여 유효한 무언가는 관찰이나 경험 등을 통해 참이나 믿을만한 것으로 확립된 내용이라는 의미의 사실을 말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의지가 개입한다. 이를테면 법적인 판단으로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유, 무죄를 판단하는 따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에도 문제는 있다.


1)에서의 사실과 2)에서의 사실은 개념적으로는 구별 가능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우리가 절대적 존재가 아닌 이상, ‘사실’을 오류 가능성 없이 확실하게 알 방법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관찰이나 경험 등을 통해 얻은 사실, 즉 2)의 사실로부터 실제로 일어난 사실, 1)의 사실을 추론하고, 그러다가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거나 믿고 있던 2)의 사실이 수정되면 그때까지 받아들여지던 1) 사실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가 판단하는 사실을 확정하는 매 시기마다 그 순간에 이용 가능한 증거들을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에서 고려하여 실재-사실을 추론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매우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든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온도의 창시자인 켈빈은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뉴턴 역학으로 모든 우주의 근본 법칙이 증명되었다."라고 이야기하였으나, 20세기 중반에 막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등의 물리학자가 만들어 낸 양자역학이 등장하고 우리가 사실로 믿었던 뉴턴 역학도 절대적 사실이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사실’은 세계의 본질을 오류 없이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에게는 항상 사실의 후보일 뿐이다. 1)의 예로 든 ‘동해바다는 일본과 연결되어있다.’라는 명제를 보자. 현재는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베게너의 판 구조론에 의하여 오랜 시간 후에 대한민국이 바다가 없는 대륙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명제 역시 사실의 후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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