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경력이 화려한 신입으로 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모두가 알만한 시중은행 중 한 곳이다.
우리 회사는 매년 하반기에 신입 공채 모집을 통해 인재를 채용한다.
어김없이 2019년 하반기에도 신입 공채로 많은 인원이 들어왔고 2020년 3월 신입연수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3월 첫째 주, 신입 행원들은 연수원 생활을 뒤로하고 각 발령지(지점 또는 본부부서)로 첫 출근을 하게 된다.
내가 일하는 곳은 본부부서 중 한 곳이다. 우리 그룹도 인원이 필요했기에 신입 직원이 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하던 차장님이 갑작스럽게 이동을 하게 되어 나에게도 신입 직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팀장님, 부장님과 함께 고민한 후에 나는 이번 신입 직원 1명을 부사수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후배를 만났다.
나의 첫 부사수가 될 후배는 타 회사에서 3년 정도 일을 해본 경력이 화려한 여자 후배였다.
사전에 아무 정보도 없었기에 발령이 난 후에야 그 후배에 대한 이력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은행업 특성상 경력이 있는 직원이 신입으로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첫 부사수 후배님은 은행에서 일한 경험과 본부부서 경험도 있는 베테랑 신입 직원이었다.
그 후배의 첫인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력직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긴장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 첫인사와 익숙지 않은 환경에 처음 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그 친구와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로 몇 년간 함께 일할 예정이다.
나는 그 친구가 오기 전까지 항상 부사수였다. 내 위로 업무 리더(사수)가 1명 계셨고 나는 그분에게 업무를 배우는 보조 역할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사수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후배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소유하고 계셨다. 하지만 업무를 떠나면 모든 성향이 '꼰대'였다.
야근을 해야 일을 잘하는 것이고 선배보다 먼저 집에 가는 건 법도에 어긋나는 것이며 항상 선배님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사회초년생 시설에는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야근도 하고 선배보다 먼저 집에 가는 날이 1년 중 10개 손가락을 셀 수 있었다. 또한, 퇴근 후에는 항상 저녁을 같이 먹었고 저녁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았다.
나는 업무적으로는 그분의 실력이 좋았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나와는 반대 성향이었다. 늦게까지 밥과 술을 먹는 것도 싫었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하는 것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다행히 사수 분의 업무 이동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업무 리더가 되었고 '꼰대' 문화에서 조금 벗어났다.
나는 '꼰대' 문화가 싫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성향을 감추고 버텼지만 지금은 부사수가 생기고 업무 리더가 되어 나의 성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회사 일 보다는 개인의 일이 더 중요하고 퇴근은 6시 칼퇴가 좋은 90년생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80년대 생이다. 이런 내 안에는 6년 간 '꼰대 문화'를 경험한 것과 나의 개인적인 성향의 태도로 '90년대생 문화'가 둘 다 경험으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나는 90년대생 후배와 정해진 기한이 없이 같이 일하게 된다. 좋든 싫든 후배와 함께 업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후배에게 어떤 걸 가르쳐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후배에게 어떤 경험을 먼저 가르쳐주어야 할까?
나 때는 말이야 와 같은 꼰대 문화를 가르쳐 주어야 할까?
아니면 회사는 회사일뿐 개인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을 해주어야 할까?
아직 어떤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 친구와 펀(Fun)하지만 편하지 않은 관계로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같거나 비슷했으면 한다. 나로 인해 또는 그 친구로 인해 서로가 스트레스받거나 개인의 삶이 헝클어지는 건 서로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사진= https://tiworker.tistory.com/1249 (미생 방송 중 캡쳐)
사진=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