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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mos Sep 05. 2020

11.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거라고?

너도 만만치 않아~

'30대에 진정한 내 짝을 찾을 수 있을까?'


30대 초반을 지나 중반이 되면 이런 고민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20대 때에는 연애라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니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되는데요.


연애의 스킬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이에요. 나는 "가벼운 만남만 추구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이제 결혼을 해야 하겠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연애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느껴지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에게 정말 괜찮은 사람, 나랑 맞는 사람, 평범한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면 보통 듣는 질문은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야?" "너무 까다로운 것 같은데?!"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기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네요. 화가 나다가도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까다로운 건가?'라는 반문을 스스로 하기도 해요.


그리고 "그래 나 까다롭다!"라는 말을 하면서 받아치고 싶지만,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정말 내가 까다로운가?'라고 생각하며 다시 나를 돌아보곤 하죠.


사실은 '내가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조바심이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20대 때에는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고, 급할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결혼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하고 중요하게 다가오는 게 더욱 많았던 것 같아요. 취직, 연애, 이직, 돈 모으기 등 30대가 되기 전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요.


취직과 30대의 연애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30대의 연애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조바심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취직을 하려고 서류를 쓰고, 머리를 짜내서 자소설을 쓰고, 면접을 보러 가고 이런 과정을 수십 번은 넘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뭐, 저는 그랬네요^^;) 나이는 먹는 것 같고, 시간은 가고, 나를 원하는 회사는 없는 것 같고.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했었던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는 그랬었던 것 같아요.)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20대 때에는 시간도 많고, 조바심이 상대적으로 덜 생겼겠지만, 30대 초중반이 되면 뭔가 늦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조급 해지는 것 같아요. 빨리 누군가를 만나야 1-2년은 만나고 결혼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는 이 상태로는 올해도 결혼은 물 건너가는 느낌이 매년 드는 건 제 느낌적인 느낌일까요? 소개팅은 잘 안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고. 소개팅을 나가서 눈에 들어오는 사람도 많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이미 괜찮은 사람들은 시집, 장가를 다 간 거야?라는 생각만 계속 들기도 했고요.


그리고 소개팅에서 하는 멘트, 먹는 음식, 소개팅의 진행 패턴 등 예전에는 새롭고, 재미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뻔한 것들이 되는 것 같아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는 남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저번 소개팅 때 했던 질문, 대화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소개팅에서 나누는 대화들과 연애의 진행이 정형화되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치 모든 세팅은 같고, 사람만 달라지는 듯 한 느낌, 공장에서 찍어내는 소개팅처럼 느껴지며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세었는데요. 본인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냐?"는 질문을 받는 다면, 그건 No!라고 생각해요. 까다로워서 내 짝을 못 만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10대 때도 20대 때도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찾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내가 좋아해야지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눈이 높은 것 아니야?"라는 질문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을 한 거잖아요?! 단지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생각했을 때, 조바심이 드는 것뿐인 것 같아요. 20대에도 지금처럼 비슷한 속도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했었고요. 다만, 지금은 20대 때 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


마지막은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네요. "나는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거슨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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