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면 읽으면서 몇몇 문장들만 발췌하고 다시 파는 편인데 이 책은 일단 두기로 했다. 어떤 문장이든 앞뒤 맥락이 있어야 감이 오긴 하지만, 이 소설의 단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풍경이 그려져야 해서 어떤 문장도 발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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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p311
어느 작가마다 꼬리표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위로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오곤 했다. 그 말이 싫었던 시기가 있었다. 내 글이 뭐라고 독자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위로를 준다는 말이 무서워 나는 부러 냉소적으로 생각해보려 했다. 소설이란 그렇게 쓸모가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사람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멍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소설은 독자의 삶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조심스럽게 인정한다. 그러니 내 소설도 누군가의 삶과 멋지게 조우하길. 우연히 스쳐가는 동안 서로 위로를 받길. 정말 그렇게 되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