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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Mar 24. 2023

마을 여행의 구성과 동네 마케팅

관광의 도시전략 13


마을 관광 코디네이터추억의 성남동 동네 한 바퀴


대전시 동구 성남동은 나의 살던 고향이다. 여섯 살 때 선화동에서 이주해 들어와 동네 국민학교(성남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동무들과 놀고, 다투고, 마을 속에서 자랐다. 성남동 스토리는 어머니로부터 시작한다.      

지난 설 명절에 백세주를 앞에 놓고 어머니와 식탁에서 마주 앉았다. 어머니는 당신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성남동'이었다고 추억하셨다. 

“왜요?”

“착하고 이쁜 새댁이 왔다고 다들 좋아하고 사랑해 주셨어.”

나도 성남동이 그립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나도 이 동네가 세상인 줄 알았다.      


50여 년 전 성남동 사람들인 한국 전쟁 이후 대전으로 피난 내려온 이북 사람들, 날망 넘어 있었던 고아원 친구들과 한센병 환자들, 팔도에서 이주한 사람들과 대전 토박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복기할 수 있을까? ICT는 어떻게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상을 연결하는가? 이 마을에도 외국인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성남동에는 지하철이 없고, 트램도 지나가지 않는다. 이웃 용전동처럼 복합터미널도, 신탄진 같이 철도역도, 한빛탑 같은 과학 랜드마크도 없다. 지역인을 묶어 세울 만한 오브제가 없는 것이다. 송병선, 송병순 두 항일 지사가 나고 자랐던 곳인데 그 유적은 찾을 수 없다. 예전부터 살던 사람 대부분은 마을을 떠나 버려 지역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 마을을 점점 또 한 덩어리의 콘크리트 단지가 되고 있는 중이다.      

 

추억의 성남동을 50년 만에 걷다 보니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때 그 시절 골목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옛집 여러 채가 그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일부 공터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동네 안쪽은 생각보다 개발이 되지 않았고, 그만큼 소중한 것이 남아있었다. 마치 슐레이만이 과거를 더듬어 트로이의 성터를 발굴한 것 같은 기쁨이었다.     

     

(날망인력대전 토박이들은 높은 언덕을 날망‘ 이라고 말한다날망은 성남동 고유지명이고 대전 사투리다.)         



성남동은 5,700세대 1만 2,000여 명이 사는 작지 않은 마을이다. 한국 전쟁 시절 대전에 내려온 피란민이 도시 외곽이었던 성남동에 판자촌을 이루며 정착했다. 판자촌 위쪽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지역이 있었다. 성남동 성당에는 저항의 상징인 가톨릭 농민회가 있었고 마을 곳곳에 다양한 지역 출신의 외지인이 들어와 자리를 틀었다. 정월 보름이면 쥐불놀이를 하며 전쟁처럼 투석전을 했고, 윗동네 아랫동네 아이들은 패를 지어 싸웠다. 거칠었지만 정 많은 동네였다. 그 시절, 마을 사람은 상수도가 없으니 물장수에게 물을 사 마셨다. 어깨에 물 양동이를 진 물장수, 수레를 끌던 마부, 인분을 뿌려 작물을 키우는 여름 밭에서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 밭고랑에 무질서하게 박혀있었던 쓰레기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서도 배추와 무, 깻잎을 심었고, 나도 동네 아이들도 그 밭에서 무를 뿌리채 캐내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성남동은 부산 감천마을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세월에 덮인 추억을 발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토리니의 언덕처럼 남아 있는 골목 형태를 보존해야 겠다. 부산시가 한국 전쟁의 부산물인 국제시장과 피란촌인 감천마을을 보존했듯이, 대전도시공사는 몇 채 남아 있는 성남동 옛 가옥을 매입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아파트가 아직도 남은 땅의 흔적을 죄다 지우기 전에 말이다.          



(어느 정도 마을 형태가 남아있는 성남동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찾아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신박했다성남동행정복지센터 김호철 동장께서 성남동과 체코 마을체스키크롬로프를 비교한 나의 칼럼을 읽고 연락을 주셨기 때문이다)     



(인구 13,000의 체코의 소도시 체스키크롬로프는 성()을 배경으로 거주지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성남동(城南洞)과 지형과 지명의 유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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