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대훈 Apr 06. 2023

너구리 가족 환영식, 아사히야마 동물원

축제와 도시마케팅 13

개념전환, 생태 디자인이 지역을 살린다. 


축제와 도시 마케팅 13


일본 북해도 아사히카와시(인구 35만 명)에 유명한 동물원이 있다. 이곳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사람이 아닌 동물을 중심으로 한 생태적 설계와 동물 복지 운영으로 최북단 변방에서 도시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관계자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입양온 너구리 가족의 환영식을 하고 있었다. 지역 방송은 이런 소식을 방영한다. 2009년 5월 30일)



홋카이도 하면 영화 ‘철도원’이 생각난다. 2대째 철도원 사토 오토마츠는 아내와 딸이 병으로 숨을 거두던 때에도 철도역사에 나가 임무에 충실했다는 답답한 이야기가 한없이 내리고 쌓이는 눈과 함께 이어진다. 영화 ‘러브레터’도 눈과 함께 시작되고 세계적인 축제 유키 마츠리는 눈 축제이다.

 

왜 홋카이도는 눈으로 마케팅을 하는가? 그것은 눈밖에는 별 볼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하다 보면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광활한 산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알래스카의 얼음집이 유명한 것은 얼음집 밖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는 까닭이다. 이런 홋카이도에 흰 눈과 다른 명물이 존재한다. 

 

망하기 직전 살아난 동물원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1967년 개원했으나 30년 동안 관람객 수가 점점 줄어 폐원 직전까지 몰렸다. 홋카이도에서도 변방인 아사이카와에 동물원이 문을 닫으면 철도역과 라면집만이 남는다. 동물원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가 되었다.

 

고스케 아사히야마 동물원장과 직원들은 폐업으로 갈 것이냐, 재탄생할 것인가를 가지고 끝장 토론을 했다. 

 

왜 고객이 오지 않는가? 

동물원의 주인은 사람인가? 동물인가? 

누가 행복해야 하는가? 

 

격론 끝에 다음과 같은 관점이 나왔다.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이 행복하다. 행복한 동물을 보고 아이가 기뻐하고, 부모가 행복해하며, 노인은 위안을 얻는다. 행복을 보고 행복해진다. 

 

조직이 다시 사는 방법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죽자 살자 혁신하는 것이다. 아사히야마는 갇힌 동물을 보러 가는 곳에서 동물을 키우고 기르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물의 생활 공간은 넓혀졌으며 동물의 이동 행동에 따라 동선을 조절했다. 동물의 식사와 수면, 놀이 시간을 보장했다. 모든 전시물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조정했다. 

 (위기의 동물원 직원들은 끝장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은 관점을 도출했다. 동물이 행복해야, 행복한 동물을 보고 사람이 행복해진다. 거창하게 시설을 증축한 것이 아니었다. 동물의 생활과 감정을 존중하는 생태적 관점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부활했다) 



2000년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다. 동물원이 되살아난 것이다.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일본 최북단에 있는 이 동물원에 오려면 일인당 최소 10만 엔을 쓴다. 한국 돈으로 100만 원, 이렇게 년 간 3조 억이 들어온다. 아사히야마를 한국에 비유하자면 강원도 인제군 원통리가 동물원을 만들어 놓고 서울 대공원 제치고 서울, 광주, 부산 사람 끌고 온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윤종윤 부회장이 이 동물원을 보고 와서 경영 혁신의 사례로 들었다. 

‘나비의 기적’하면 함평이 나오고 ‘펭귄의 기적’하면 아사히야마가 나왔다. 삼성이 경영하는 에버랜드도 리모델링을 했다. 

 

호기심 천국인 나는 궁금해 죽을 지경이 되었다. 홋카이도에 여러 번 출장이 있었지만, 그 동물원에 가볼 기회는 없었다. 마케팅하는 사람으로서 왜 그토록 유명한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구경을 가자! 고 사람들을 꼬드겼다. 그 사람들은 삿포로시에서도 북단으로 두 시간 이상 가야 하는 아사히카와까지 가느니 마느니 했는데 결론을 내려준 사람은 디트뉴스의 류호진 국장이었다. “멀더라도 가서 봅시다”

 

우리는 삿포로에서 버스로 두 시간 반을 달렸다. 동물원의 첫인상은 소박했다. 지역 사람들이 친절히 안내했다. 제복을 입고 판에 박은 태도와 웃음없는 미소로 접객을 하는 이른바 도우미식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어데서 왔는지를 물었다. “큐슈에서 왔다’고 했다. 큐슈라면 이곳에서 한국보다도 먼 거리이다.

 

그날, 동물원 마당에서는 흰 너구리 가족이 입양되어 왔다고 너구리 환영식을 하고 있었다. 여러 대의 방송 카메라들이 보였다. 지역 방송은 이런 소식을 방영한다. 

 

이 동물원에서는 곰 한 마리가 들어오면 이름을 짓고, 어미와 아비 형제 관계를 확인한다. 우리 밖에는 ‘루루’라는 곰이 먹이를 먹고, 잠자리로 들어가는 시간과 곰 가족 가계도를 붙여놓았다. 곰 ‘루루’ 형제가 입양을 가면 홈페이지를 통해 알린다. 동물원은 인터넷 앨범을 통해 사람의 가족사처럼 ‘루루’의 생활을 알린다. 사람이 곰을 보며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곰과 면회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관람 알고리즘을 바꾸었다. 

 

아사히야마의 동물은 주민과 직원이 함께 기르는 가족이다. 먼 곳에서 온 관람자도 동물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작은 화초에도 “물을 주고 햇볕과 바람을 막아 주며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135종 779마리 동물에 이런 보살핌과 소통이 있다. 동물원의 게시글과 표지판, 생태일지는 사람이 손으로 적고 그린 것들이다.

 

이 동물원의 펭귄 행진(March)은 유명하다. 눈이 오는 날이면 펭귄 무리는 우리에서 나와 짧은 날개를 흔들며 사육사와 걷는다. 바다표범의 수영은 통째로 볼 수 있다. 육중한 녀석의 잠수와 헤엄은 힘차고 경이로웠다. 이런 것을 '행동전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의 전시 트랜드가 되었는데, 생태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게끔 설계하는 것이다. 

https://www.city.asahikawa.hokkaido.jp/asahiyamazoo/



(일본 북해도 변방, 시골의 소박한 동물원, 그러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류동물원이다)


작가의 이전글 뮌헨의 옥터버페스트와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