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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19.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6막.초심


정신없이 지나간 3개월.

하루에 300만 원씩 찍을 것 같았던 나의 기세는 하루에 30만 원이라는 매출에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갈수록 들쭉날쭉한 매출에 대한 나의 해석은 상당히 관대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카드 값 갚는 날이라... 경기가 나빠서 등...

가끔 있는 손님이 드는 날은 직원들이 거품 물정 도로 힘들고, 손님 없는 날은 식구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파리 날렸다.

매출의 기복이 심해지다 보니 식재료 준비량을 맞추기 어려웠다.(신규 매장들은 되도록 빨리 매출 기복을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손님이 좀 많을 것 같아서 준비를 많이 해 놓으면 손님은 안 오고... 손님이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준비해 놓으면 그날따라 한 메뉴만 찾았다. 어쩌란 건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내도 직원들도 나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했고 결정을 내려줘야 했다. 이 결정을 하는 일은 내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정은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이것을 결정하면 저것이 걸리고 저것을 결정하면 이것이 걸렸기 때문이다.(식당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고민한다. 그것은 고민이 아니다. 그냥 망설임일 뿐이다. 하나라도 더 갖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생기는 망설임이다.) 

업주가 되기 전 직원의 입장에서 볼 때 간단해 보이고 손가락질할 만큼 쉬워 보였던 일들이 실제로 주인이 되어서 결정하려 하니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를 정도였다.

기존의 있던 주방 동선을 그대로 쓸려고 하니 매출은 별로 없는데 일이 더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매장의 메뉴에 맞는 동선을 다시 짜고 주방 시설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한식당과 카페로 맞춰진 동선을 나에게 맞는 동선으로 하나씩 바꾸어 나갔다. 기물을 빼고 옮기고 다시 끼우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텔의 사장님이신 친구 아버님도 걱정이 많으셨을 것이다. 음식만 좀 할 줄 알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동업을 하자고 했으니...

매장의 동선을 바꾼 후로는 업무의 효율성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그 뒤로 어느 정도 주문으로 들어와도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손님이 없어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결코 해결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좋지 않은 식재료도 손님상에 올라가는 일이 빈번하게 되었고, 나는 음식을 낼 때마다 재료와 타협하기 시작했다.

 '손님상에 올려도 괜찮겠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손님이 먹는 동안 손님의 눈치를 봐야 했다.

손님이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 안심했고, 다소 손님이 인상 쓸 때면 걱정을 했다.

그것은 도둑이 먹고살고 싶어 도둑질하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다. 요리사로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졌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돈 욕심에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  

요리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가 안되자 술과 담배는 점점 더 늘었고 식당을 시작하기 전보다 몸무게는 훨씬 더 불었다.

그래도 사장이라고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는데 직원들 파이팅시켜준다며 회식을 자주 해준 덕이었다.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내와의 마찰이었다. 그렇게 순했던 아내가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화도 자주 내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이 아내를 예민하게 만든 것이다.(가족경영 식당에서 다툼이 잦은 가장 큰 원인은 고강도의 노동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 지기 때문이다. 근무시간만 줄여줘도 가족끼리 다투는 일은 확연히 줄어든다.)


내가 힘이 들고 짜증 날 때면 항상 가장 가깝고 다 받아줄 것 같은 아내에게 탓을 하고 큰소리를 쳤다.  

그 문제의 시작이 '나'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처음 시작하는 식당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 변화에 짜증이 나서 오픈 멤버는 대부분 바뀌게 되고 메뉴와 동선, 근무환경 등 그 상권의 손님에 맞게 변화한다. 그렇지 않은 식당도 있지만 변화는 반드시 겪게 되어 있다. 하지만 초심은 지켜내야 한다.) 

2003년 새벽시장 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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