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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18.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5막.쿠폰


정적도 그런 정적이 없었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까지도 들릴 듯 했다. 

할 일이 없어 주방 안쪽에 쭈그리고 앉아 벽에 기대고 있던 주방 이모가 한 발 내딛자 슬리퍼를 끌며 걷는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렸다.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아 냅킨 통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보았다.

‘어떻게 12시 30분인데 손님이 한 팀도 안 들어오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이렇게 손님이 안 들어오면 직원들과 잡담하며 퇴근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연신 봤었다. 

아니, 그래도 이 정도로 안 들어오면 약간 걱정을 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식당은 오거리에서 안쪽 골목으로 100여미터 들어와야 보이는 위치였다. 동네 상권은 서울에서도 가장 소비수준이 낮은 동네였다. 그곳에서 나는 1인분에 9만원짜리 메뉴를 내걸고 운영을 했다. 아마도 그당시 서울 중심가의 최고 일식집도 그정도는 받지 않았었다.

 카운터에서 우두커니 정문만 바라보고 있던 와이프가 답답했는지 문 앞까지 뒷짐을 지고 멋쩍은 듯이 걸어가 밖을 내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나를 보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주방에서는 말소리가 들릴까 주방 이모와 주방보조 여자 아이만이 소곤거리며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모두가 손님이 들어올때 문 열리는 소리만 기다리는듯했다.

10여 분쯤 지나자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며 중년과 노년의 경계쯤 돼 보이는 부부가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일어서며 “어서 옵셔~~~!!”를 크게 외치며 재빨리 스시카운터 쪽으로 달려 갔다.

‘목소리가 너무 컸나?’

그 손님들은 새로 오픈한 식당은 어떤지 구경 하듯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아내가 가져다준 메뉴판을 보고 서로 상의를 했다. 

손님과 거리가 멀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두 내외는 메뉴를 주문했고 와이프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내 앞에까지 와서 웃는 듯 서운한 듯 내 눈을 바라보며 어색한 큰소리로 말했다.

“우동하나, 회덮밥 하나요~~~”

흠, 첫 주문이 합 8000원이라. 쇼케이스 안의 생선들과 초밥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듯했다.

그래도 오늘의 첫 주문이다! 주방에서는 서둘러 우동을 삶았고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준비된 각종 야채를 대접에 담고 정갈하게 참치 회를 썰어 담았다. 

아내는 재빠르게 식사를 손님상에 올렸다. 그 부부는 연신 뭐라고 이야기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듯했다.

안쪽 주방 식구들은 손님이 먹는 모습을 주방노랭(상점 입구의 처마 끝이나 점포 앞,또는 주방을 가리기 위해 치는 천) 사이로 눈만 내밀고 보고있었다.

 나는 바쁜 척하며 스시 도마와 칼을 닦았고 손님이 눈치 채지 않도록 곁눈질로 손님이 먹는 모습을 슬쩍슬쩍 봤다.

 손님은 아내를 불러 이것저것 무슨 이야기를 했고 아내는 이내 미소시루와 단무지를 더 가져다주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남자 손님이 카운터로 와 계산을 해달라고 하자 아내는 “우동3000원 회덮밥 5000원 해서 8000원 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남자 손님은 함께 온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의 손에서 무언가를 건네받고 그것과 함께 돈을 내고 이를 쑤시며 문을 나섰다.

아내는 그 돈을 카운터에 넣고 내게 와서 웃으며 말했다.

“쿠폰이 들어왔어.”

8000원 매출에 3000원 쿠폰.

이 쿠폰은 오픈 기념으로 아내와 내가 2주 전에 큰 도로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뿌린 전단지였다. 

 1만 원 이상 식사시 3000원 할인해 주는 것이었는데 남자 손님은 아내에게 와서 자신이 이 근처 사는 사람인데 또 올 테니 할인권을 받아 달라고 졸랐고 아내는 근처 이웃이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 받아 줬다고 했다. 

더군다나 할인권 사용기간은 며칠전에 끝났었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아내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영업이 끝나고 나는 아내와 함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전에 쿠폰을 들고 온 손님 욕을 소주두병을 비울때까지 계속 해댔다. 

(식당의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그중 가장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것은 오픈 초기에 자주 겪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식당 업주가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그 초조한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대부분 식당을 포기하는 이유중 하나가 '손님 기다리기'를 못해서이다.)   

1번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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