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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08. 2020

나의 식당창업분투기

3막.오픈

오픈

오픈 전날 밤새 비가 왔는데 비가오면 하수구 냄새가 더 난다는걸 알게 되었다.  비가 더 오면 정화조가 넘치진 않을까하는 걱정과 내일 손님이 얼마나 올까하는 생각에 밤새 잠을 설쳤다. 

 

드디어 오픈 당일.

 점심부터 손님들이... 하나도 없더니 점심시간 한 시간이 지나서야 한 아주머니가

"이 쿠폰 여기꺼 맞쥬?"하면서 들어 왔다.

"네~ 어서오세요~~"그 뒤일주일 전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기언제 오픈하냐고 자주 물었었는데...

점심시간이 좀 지나자 주변 상인들과주민들이 조금씩 들어왔다.

몇 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하나같이 쿠폰을 들고 왔다. 주방과 홀은 벌써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원은 많은데 일은 되질 않았다. 가게 문을 닫을 때쯤엔 주방에 나혼자와 홀에 아내혼자 남았는데 오픈 당일에는 총 6명이 움직였다. 

동선도 엉망이고 직원들도 연습한번 안해봤으니 엉망이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쟁같은 점심 시간이었지만 초보 사장님의 티를 팍팍내며 테이블마다 인사하고 쿠폰을 가져와 단돈 1000원에 회덮밥을 먹는 손님들에게 자주 찾아 주실것을 당부했다. 

이윽고 한참 시간이 지난것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매출을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 되는 집이 어딨어? 음식 맛있게 하면 꾸준히 손님이 늘겠지~'


난장판이 된 주방을 대충 정리하고 한가한 시간이 되었지만 쉴 수는 없었다.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았으니 직원들도 당연 계속 일을 해야 했다. 

 며칠간 그렇게 영업을 했다.어제 손님으로 오셨던 아주머니가 매일같이 쿠폰 두 장을 들고 오픈 행사 기간내내 찾아왔고 행사 마지막 날에는 그 아줌마 꼴보기 싫어 주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다.가끔 오는 손님들은 메뉴판을 뒤적이다가 자기네들끼리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밥을 맛나게 먹고 쿠폰을 주고 갔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세요~~"하며 목소리를 더 크게 내려고 노력했다. 

한달 후 쯤 . 

행사 기간도 지나고 손님이 줄어들면서 인사하는 목소리까지 줄어들었다. 

 매출이 좋지 않으니 수족관의 광어는 갈수록 말라갔고 우럭은 옆구리에 피부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픈할 때 바빠지니 지인들을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아내에게 큰소리쳤었지만...

건물 뒤편 음식물 쓰레기 통 앞에 서서 나는 핸드폰에서 지인들의 전화 번호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2004년 KBS맛집으로 방송 촬영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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