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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20.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7막.수족관


장사를 시작하고 첫겨울로 접어들었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고 생각보다 난방비도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계속 일을 했지만 매출은 급격히 떨어져 수익 계산기를 매일 두드려봐도 월급쟁이보다 못한 수익이 됐다. 

그래도 들어간 돈이 있으니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시작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이도 젊고 열정은 있어서 직원들과 파이팅하겠다며 하루 건너 회식이었다. (고강도의 노동자에게 술은 쥐약이다. 또 회식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일이 고되니 저녁마다 술이 생각났고 그 시간만이 하루의 휴식 시간으로 여겨졌다. 이날도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와 6시쯤 매장 앞에 도착하니 멀리서 봐도 약간 연기 같은 것이 수족관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불이난 것인 줄 알고 놀라며 수족관으로 급하게 뛰어와 보니 불이 아니라 수족관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수족관 안을 보니 마치 생선국에 들어있는 듯이 우럭과 광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수족관 유리에 손을 대보니 수족관이 따끈따끈했다. 

원인은 어제 술안주로 광어를 먹겠다고 주방 보조가 광어를 건지다가 술이 취해 온도센서를 건드렸는지 온도센서가 밖으로 나와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수족관의 히터는 수족관의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히터가 밤새 작동되었던 것이다. 수족관 전체를 매운탕 냄비로 만들었다.

주말이라고 활어를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이 넣어 뒀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다행히 중국산 점성어 두 마리는 살아있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운지 심하게 아가미를 벌름거렸다.  

매출은 없는데 비싼 식재까지 버려지게 되자 나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절망스러웠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왜 식당을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2마리 남은 점성어를 살리려고 죽은 물고기를 다 건져낸 다음 수족관의 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제빙기의 얼음을 몽땅 다 붓고 소금을 한 바가지 넣었다. 이날은 초밥도 못 팔고 하루 종일 수족관 안에 살아남은 점성어를 살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퇴근하고 문을 닫기 직전 점성어는 둘 마리 모두 죽었다.

급한 마음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나... 

점성어가 바닷물에 빠져 죽은 것처럼 나도 식당에 빠져 죽을 거 같았다.

다음 날부터 우리 매장의 직원 식은 일주일간 갖가지 광어와 우럭요리였다. 

광어가 너무 많아 몇 마리는 포를 떠서 모텔 옥상에 널어 말렸다. 이 추운 겨울 동안 먹으면 딱 좋을 거 같았다. 


그날부터 나는 의욕을 잃었고 아내도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이제 7개월밖에 안 했는데...

아내는 그전부터 그만하자고 했지만, 나는 들어간 돈 때문에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손님이 떨어지는 수만큼 담배와 술은 늘어갔다. (어떤 경우에도 휴식 없이 장사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장사를 하면 장사가 더 싫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장기간 견디기 어렵다. 휴식하지 못하고 벌어들인 돈이 지금은 내 주머니에 있으니 내 돈 같지만 그 돈은 다 병원으로 돌려줘야 할 때가 온다. 장사를 오래 할 생각이라면 되도록 더 많이 쉴 것을 권장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건물에서 김치찌개, 파스타, 초밥집 세 매장을 운영할대 건물내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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